지하의 시간들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 문예중앙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지하의 시간들

 

  이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내 손을 잡아요, 내 팔을 잡아요, ... 우리 같이 싸워요. 내가 옆에 있어줄게요. .....모든 걸 막아줄 사람, 그만이라고 소리쳐줄 사람, 책임져줄 사람...정오가 되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웃으며 말하겠지. 보세요. 이제 끝났어요.

 

  이 책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다. 굉장히 감정이 없는 듯한 문체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인간을 그린다. 인간적인 모습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게, 매력적이게 다가오는 델핀 드 비강 작가를 사람들은 그림자의 작가라고 한다. 이 소설을 짧게 말하자면 인간의 고독에 관한 소설이다. 우울하기도, 감성적이기도, 마음을 슬프게 만든다. 하지만 과한 감정을 만들지는 않는 듯 해서 더 여운이 남고 무언가 마음 속에 내려앉는 느낌이다. 이 소설은 두 사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독백이 대화를 이룬다. 사람은 아픔을 겪는다, 사랑을 하면서, 이별을 하면서, 자신이 나약하게 느껴지면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불안감에서... 지금 이 세상은 과연 살만한 세상일까, 단 것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받을 때, 우리는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라고 느끼면서 산다. 산에 조용히 살살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이 소설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산들산들하지만 길게, 강한 남자였지만, 마냥 약한 사람.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많이 보게 되었다. 거울을 보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았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겉으로는 강해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다. 여린 자신의 내면을,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그 내면을 강하게 다그친다. 강해져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원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솔직히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외로움에 조금은 정직해졌다고 생각한다. 외로워하기 싫고, 고독한 자신이 싫었지만, 왠지 고독과 슬픔에 조금은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두 남녀는 어떤 미래를 낳을지, 저자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왠지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 글 한 줄, 한 줄이 마음에 와닿으면서, 내 안에 녹아드는 느낌이 너무 좋았던 소설이었다.

 

  마치 커피 한 잔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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