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고슴도치와 여우
톨스토이라면 누구나 어렸을 때 들어본 이름인데, 왠지 톨스토이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이 없게 느껴졌다. 책의 표지에는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사야 벌린이 톨스토이는 고슴도치 인간인지, 여우형 인간인지를 밝혀내는 책이다. 벌린은 인간은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이 있는데, 고슴도치형은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비전,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련시키는 사람이고, 여우형은 서로 모순되더라도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대에 맞추어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을 적절히 잘 섞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핏보면 톨스토이를 분석하고 파헤치는 책으로 많이 보여진다. 초반까지 읽으면서 참 많이 그랬다. 솔직히 식견이 짧아서 처음 들어보는 학자들도 많고, 인용된 말들도 처음 보는 것이 많아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무언가 느껴졌다. 조금씩 조금씩 책의 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머리 속에는 번뜩번뜩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 만족감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에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고 알려고 했다면 결코 다 읽지 못했을뿐아니라 이사야 벌린지 진짜 추구하고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들을 놓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읽어내려갔으면 좋겠다. 한 번 읽고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중점으로 특히 <전쟁과 평화>를 중심으로 그의 역사관을 따라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톨스토이는 고슴도치형 인간으로 살기를 원했고, 그렇게 해왔지만 정작 본인은 여우형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면에서 우리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슴도치형 사람처럼 살기를 원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듯해도 정작 여우형인간이지 않을까. 어쩌면 ....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책이었다.
몰랐다. 이 책은 최근에 발매된 책인줄 알았다. 헌데. 50년도 더 된 책이란다. 하긴 이사야 벌린은 20세기의 석학이니까.... 정말 생각이 짧았다. 그저 톨스토이에 대해 설명한 쉬운 책으로 생각했었다. 여기서 굉장히 특이한건 톨스토이는 역사를 보면서 과학적으로 역사를 분석하는 것에 굉장히 반대했다. 그러면서 톨스토이가 추구하는 자신의 사상을 따라가보면서 독자는 자신의 생각도 그 속으로 따라가게 되는 걸 느꼈다.
어쩌면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고, 톨스토이에 대한 책을 나이가 먹어서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저처럼, 그렇다면 굉장히 다가가기 힘든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좀 더 객관적으로 이 책을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이 알지는 않아도 한 사람의 독자의 입장으로써 굉장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읽으면 왠지 기쁘다. 그저 멍하니 티비만 보지 않아서일까, 그저 멍하니 인터넷에 이런저런 가쉽거리나 기사를 클릭하지 않아서 일까, 고전을 만나게 되서 그런것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낀 이 훈훈한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