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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분명 좋은 책일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손에 들었을 때, 이 책을 펼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솔직히 그 양이 정말 방대했기 때문이다. 육백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 정말 칼럼 매캔이라는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표지를 보면서도, 읽어도 절대 후회없을 작품이란 확신이 들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결국 평일에 틈틈히 읽는 건 포기하고, 주말에 마음잡고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런 나의 결정은 정말 옳았다고 생각한다.
걷고, 뛰고, 춤추어라. 그를 본 사람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1970년대에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완공될 즈음에, 필리프 프티라는 프랑스 예술가가 빌딩사이로 줄타기를 했었단다. 정말 모두 입이 쩍 벌어졌을만한 사건이다. 한 시간동안 줄타기를 했고, 그 이후에 체포되었지만 아마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고, 후대에 사람들도 아직 기억하는 것만 봐도 대단한 일인 것이다. 그는 한 시간동안이나 줄을 타면서 무엇을 생각했던 것일까,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줄타기를 했던 것일가, 즐겼던 것일까. 아마 즐기지 않았을 까 싶다. 아니면 그는 기억되지 않았을테니까..
그 뒤로 이제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솔직히 필리프 프티의 이야기는 소설의 이야기의 진행에는 별 영향이 없다.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필리프 프티는 이 책, 소설의 정신이다. 바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소설로써 내놓으면서 그 중심에 바로 필리프 프티가 있었다. 키아란과 코리건 형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코리건은 어렸을 때부터 특이했고, 그런 그를 보는 키아란은 평범하지 않음을 직감한다. 코리건의 뉴욕에서의 생활, 성직자의 말 못할 고통과 고뇌에 대한 절실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금 슬픈이야기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에서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클레어와 마샤. 좋은 집에 살고 있는 클레어, 그녀는 전쟁에서 아들을 잃었다.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아픔을 어떻게 이루말할 수 있을까. 그런 뒤에 클레어의 남편 솔로몬이 판사로 나와 재즐린을 판결한다. 중요한 사실은 바로 하늘에서 줄을 탔던 필리프 프티사건도 역시 담당한다. 이처럼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보이지만, 서로 서로 엉켜 함께 어울린다. 읽으면 읽을수록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볼 수 있는 모든 삶,
우리가 결코 알지 못할 사람들, 우리가 결코 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게 바로 세상이다.
좋은 말이다, 정말 현실이란 것이 각인될 정도의 말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자. 필리프 프티의 삶처럼, 이야기의 인물들처럼, 우리는 모두 아픈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힘들고 외롭고 지치지만, 그래도 나아간다. 우리가 걸어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걸어야할지 모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냉혹한 현실이 우리의 앞을 막고 있지만, 모두가 함께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 뒤엉켜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세상이지 않을 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