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는 비웃듯이 입가를 비틀었다. 조금 전 성당 안뜰에서 그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빅토르의 병원에 달려가 봉사할 듯이, 앞다투어 소피아의 입양을 주선할 듯이 떠들어댔지만 내일이 되면 그들 중 누구도 마리아의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조금도 믿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해 그런 허튼소리들을 내뱉은 것일까. - P113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P75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돼.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너는 어떤 소설을 쓸 거야?나는 어떤 소설이든 쓸 거야.정원과 나는 이런 대화법을 의젓한 사슴벌레식 문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뒤집힌 채 버둥거리며 빙빙 도는 구슬픈 사슴벌레의모습은 살짝 괄호에 넣어두고 저 흐르는 강처럼 의연한 사슴벌레의 말투만을 물려받기로 말이다. - P22
경애에게는 전화하지 않았다. 십 년 전 그 사건 이후로 나는한 번도 경애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 경애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는 십 년 만에 정원의 추모 모임 단체 대화방에 경애를 초청했을까. 모르겠다. 나는 휴대전화를 꼭 쥔 채 결국 아무데도 전화할 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래전처럼 쓸쓸해졌다. - P11
나는 항상 여행을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이만큼 자신을 발견하기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여행 중 발견한 작고 귀여운 것들을 통해 큰 영감을얻는 노아처럼 말이다.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은 다를 수있고, 그게 바로 여행이 깨닫게 해주는 다양한 가치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결국 각자에게 맞는 답을 찾아나가며,이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방향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