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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라고 말할지 알고 있지?"
"네. 우리는 신이 아니죠."
"그래. 단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탐사1팀의 탐사를 자제하고 지금까지의 것들을 연구해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는 거고."
"알아요. 그런데 이럴 때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에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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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툭. 물방울이 종이에 자국을 남겼다. 예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문서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고작 종이 몇 장이건만 이렇게 무거울수가 있을까. 글자 하나하나가 울부짖는 것만 같았다. 보고 듣지 못한 그 순간의 참상, 비명이 마치 겪은 일인 양 생생하게 예나를 덮쳐왔다. 그 엄청난 무게에 예나는 짓눌린 채 굳어버렸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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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벽을 넘는 데 끝내 실패했지만 그들은 기어이 살아남아 벽 너머의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남들처럼 깡통만 한 꿈이라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점점 더 의식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동이의 머릿속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깜상과 연이, 자신이 아들로 삼았던 돈이, 아코디언을 물려준 홍이, 죽은 양 목사와아미, 그리고 이젠 윤곽조차 희미해진 엄마의 얼굴……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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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문이있었지만 시위대의 얼굴엔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은 비장하고 결연했으며 무리의 절반은 동이 또래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동이는 그들이 왜 데모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글자를 알아도 세상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다만 그들은 학생이었고 자신은 앵벌이였다. 그들은사지가 멀쩡했지만 자신은 다리가 부러진 채 온몸에 상처가 나 있었다. 그런데도 동이는 자석에 끌려가듯 저도 모르게 데모대에 끼어들어 함께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인파 속에 섞여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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