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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읽게 된 계기
매들린 밀러의 소설이었으니까.
우연히 새의 노래 출판사 계정에서 첫 책의 소식, 갈라테이아 서평단 모집을 보게 되었다. 사실 도서 서평을 계속 쉬고 있었고, 당분간 더 쉬려던 차였는데 그 소식을 보고는 도무지 쉬고 싶지가 않아서, 좋은 책은 읽지 않고도 읽고 쓰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매들린 밀러를 좋아한다. 키르케와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물론 읽었고, 한동안 관련된 음악을 계속 들었으며 (내려와 아킬레우스!), 주변 사람들에게 질릴 정도로 추천했다. 그러니 갈라테아도 읽을 수 밖에. 서평단이 아니어도 읽었을 테지만, 좋아하는 책은 어쩐지 공식적인(?) 서평단이 되는게 훨씬 기쁘다. 공식 엠버서더 같은(생각해 보니 맞긴 하네) 느낌이라 신난다고나 할까.
/ 책의 디자인
갑자기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시각적인 요소에 반응하게 되니까.
이 책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단순하다. 그리고 그게 '갈라테이아'와 어울린다. 흰 책, 흰 돌, 흰 대리석, 갈라테이아.
만져보면 종이의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 커버도 좋고 약간 작은 듯한 크기여서 한 손으로 쥐고 펴도 큰 부담이 없다. 책날개가 길어 책에서 쉬이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좋은 건, 책 커버를 벗겨냈을 때 드러나는 양장 표지에 새겨져 있는 검은 글씨의 '갈라테이아'. 그게 너무나 좋다! 새겨진 검은 글자. 그게 무엇보다 갈라테이아 같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 이 책이 충분하다는 걸 나타내는 디자인.
/ 인상 깊은 구절
p.14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데 집중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
p.37
어쨌든 그는 여자들이 임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 이상해보인다는 것 말고는
p.46
해저는 모래가 깔려있어서 베개처럼 푹신했다. 나는 거기에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 생각들
내 책상, 이 글을 적는 독서 수첩 윗쪽에, 한국의 페미니즘 계보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책 펀딩 필통이 있다. 그 안쪽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바람에 쉬이 흩어지는 모래알로 성을 쌓는다. 드디어 성이 되었다 싶었는데 파도가 치니 곧 허물어진다. 애써 쌓은 우리의 성은 이제 흔적이 없다. 이 책은 그 모래성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새로 쌓는 모래성이 또 한 번의 파도에 자취를 감추기 전에 우리에게도 단단히
쌓은 모래성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일이다.
필통 안의 이 글을 읽으며 갈라테이아의 마지막 장면을 펼쳐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파도가 치는 거친 수면 아래에 있는 크고 흰 조각상. 폭신한 모래 위에 부드럽게 누워 초라한 해골을 끌어안고 있다. 여기저기 끼어있는 초록색 이끼. 게들이 조각상의 어깨와 팔다리를 넘어다닌다. 길고 부드러운 수초가 흔들리고 색색깔의 물고기가 조각상과 해골 틈 사이를 넘나든다.
우리에게 있는 신화와 수많은 페미니즘 문학과 그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여성의 삶을 상상한다. 파도가 쳐도 무너지지 않는 흰 조각상이 가라앉은 바다와, 그 위의 육지에서 추위도 더위도 타지 않는 파포스가 들판을 뛰어다니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