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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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냥 죽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생각하기 싫지만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 있다.

요즘에는 몇년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한다. 엄마는 아주 슬퍼하셨다. 지금까지도. 그런 경험을 겪은 사람은, 한번만 겪어도... 한번만 겪어도 무언가 변한다.

나는 운좋게도 아주 근방에 있는 사람이 죽은 경험은 적다. 내가 어리기도 하고 운이 좋아서 그런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다. 죽음은 언젠가 다가온다. 그게 나에게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게 두렵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다.

그래서 계속 생각하곤 한다.
내 소중한 사람이 죽으면, 이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될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많이 슬플까? ... 나는 잊을까.

정작 나에 대한 죽음은 막연하다. 죽으면 그냥 사라질 것 만 같다. 약간의 의문과 약간의 슬픔. 막연히 수평선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의 관계와 얽혀있는 사람의 죽음은 바로 앞에 다가오는 거친 파도같다. 나를 집어삼켜서 뒤흔들 것만 같다. 그래서 상상하는 것마저 두렵다.

이 책은 구체적인 기록이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어머니를 목격하는 자식의 기록과 생각이 담겨있다.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다보면 두려움 자체가 두려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의 죽음이 두려운게 아니라 그 두려움을 느끼는 자체가 두려워진다.

나에게는 죽음 외에 두려운 것이 조금 더 있다. 주로 상황이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까봐 두렵다. 그러나 항상 모두가 나를 좋아할수만은 없는 노릇이어서 그 상황들을 나는 잘 지나가왔다.

사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게 두려워하는 것이라기보다, 그 상황에서 오는 생각과 감정들이 힘든 것에 가깝다. 이상하게도 때로는 힘든 상황 자체가 힘들기보다 그 힘든 상황을 기다리며 상상하고 두려워하는게 더 힘들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눈 앞에 그 현실의 기록을 가져다놓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한다. 주변.. 관계의 죽음에 대해서.

(창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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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9714 2020-12-0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화두네요...언젠가는 우리 모두 다가올 일이 막연하게 두렵거나 외롭지 않기 위해서..이따금씩 생각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