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엄마가 되다 - 개성 강한 닭들의 좌충우돌 생태 다큐멘터리
김혜형 지음, 김소희 그림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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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이 우리나라 최초로 생존작가 작품으로 100만부를 판매한 기록을 남겼다는 뉴스를 접했다. ‘10년 전 읽고 감동을 했던 그 책이 장한 일을 해 냈구나~!’ 하는 생각에 덩달아 기뻤다.  200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닭이라고 하면 계란, 닭고기만 생각했던 내가 닭이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까고, 병아리들을 키우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자주 추천해 주었다. 2009년 「열혈수탉분투기/창신강/푸른숲」을 읽고는 ‘아.. 수탉은 또 이렇게 자라는 구나..’ 하며, 암탉과 다른 수탉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었다. 2011년. 8살 된 딸아이와 「엄마까투리/권정생」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 까투리가 날개 밑으로 새끼들을 보듬어주고 화마에서 지켜낸 것을 보며 아이는 엄마까투리가 죽었다는 것에 슬퍼하고, 나는 엄마의 마음에 동요되어 함께 울었다.   그래도 난 여전히 ‘닭’하면 계란, 후라이드치킨, 삼계탕을 먼저 떠올리며 먹거리 생각만 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인터넷에 동물학대사건이라며 전라도의 한 농장주가 소를 굶겨죽였다는 뉴스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지 살아있는 생명을 아사에 이르게 했다는 것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뉴스가 인간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 키워지는 소, 닭, 돼지들의 이야기였다. 그 중 닭에 관한 내용에서 알에서 깬 수평아리는 알을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감별되어 죽임을 당하고, 알을 낳기 위한 암평아리도 좁은 양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를 쪼아 죽이지 않게 부리를 자른다는 이야기, 수퇘지들은 고기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거세를 당하며, 많은 고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좁은 우리에서 운동도 못하고 사료로 사육된 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소, 돼지, 닭들을 먹어왔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2년. ‘암탉, 엄마가 되다’를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2006년 귀농하여 시골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는 3년 동안 닭을 키우면서 닭들의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며, 그 내용을 입말로 풀어쓰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오면 삼일을 못 넘기고 죽고 말았는데 외사촌오빠는 똑같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도 명절에는 덩치가 큰 수탉을 가족상에 올릴 수 있었다. ‘우리 집은 도시고, 오빠는 시골에 살아서 닭이 잘 컸나?’ 하며 궁금해 했었는데, 그 이유를  25년이나 지난 지금 드디어 찾았다.

병아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바로 저체온증이에요. 봄날 학교 앞에서 차는 병아리들이 금세 죽는 이유도 대개 저체온증 탓이래요. 상자 안에 60촉 백열등만 켜 놓아도 살릴 수 있는데, 좁쌀과 물만 주면서 자꾸 손으로 들어 올려 주물럭거리니 버텨 내질 못하는 거죠. -p.119

어린 병아리는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능력이 없대요. 그래서 어느 정도 자랄 때 까지는 엄마의 체온을 충분히 나눠 줘야 해요. p.70

귀소본능이 강한 닭은 낮에는 종일 밖에서 놀다가 밤이 되면 닭장으로 찾아 돌아오고, 알을 품을 때는 움직이지도, 먹지도 않고 부화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알에서 깬 병아리는 수시로 날개깃사이로 품고 있다고 한다.  돌아서면 잊는 사람들을 닭대가리라고 놀리는데 닭은 정말 생각 밖으로 영리하고 모성애도 강한 동물이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쉽게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의 본능을 지우고, 식탁에 더 많은 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똑같은 글자의 「닭」은 나에게 먹거리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로 되살아났다. 닭의 모습이라고는 조류독감이 발병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양계장에 빽빽이 앉아있는 모습이나, 죽어서 매몰되는 모습만 보았던 우리에게 책은 다양하고 애정 어린 닭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닭의 모습만이 아니라 닭을 키우기 처음 닭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닭들의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레 나도 닭을 키우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책은 저학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에서 읽을 수 있겠으며 착한 소비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하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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