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 노벨상 수상자 버나드 라운이 전하는 공감과 존엄의 의료
버나드 라운 지음, 이희원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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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생사를 가르는 시기를 간접적으로나 겪으면서 이런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가끔식이지만 병원의 알콜 냄새가 나면 진저리를 치게 됩니다. 엄마의 수술로 병원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불볕더위도 힘들지만, 그 더위가 없었던 그 해 여름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여는 글에서 보면 오늘날 현대희학이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술이 본래의 형태와 신념을 망각한데 있다며 치유는 처치로 대체되고, 치료대신 관리가 중요해졌으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료장비가 대신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을 주츼의라는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머라가 아픈게, 배가 아픈게 특정부위가 잘못된게 아니라 감정의 변화로 신채가 겪는 부작용이라고 말해주는 동네 의사 말입니다. 이 약을 계속 먹으며 이런 부부이 나빠지니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지 조언해줄 수 있는 동네 약사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병장수 시대라지만, 장수하면서 병환이 있는 삶은 싫습니다. 삶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출생은 내가 어찌 할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삶을 가꾸고, 변화시키며, 마감할 수 있는 의식이 본인에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존엄사가 논의되는 것이겠지요.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품에 안겨들면, 부모는 따뜻하게 안아주며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게 되면 아이의 복통은 대부분 아픈게 사라집니다.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환자의 질환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는 부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1분도 안되는 진료를 받으러 1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소아과여서 엄마들이 아이가 조그만 아파도 병원으로 바로 찾아와서 늘상 북새통이지만. 아이의 목구멍을 한번 보고, 두어마디 질문 하고는 "다음 분이요"이러는데 정말 열 받았습니다. 진료를 잘하든 못하든 중요한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는 안심시켜줘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이후에 그 소아과를 안찾습니다. 

 

추천사를 작성한 서울대 의과대학 정현채 교수는 글에서 두 명의 현인들을 인용합니다. 마음과 몸이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알려진 이야기이니까요.

 

환자가 고통받는 나의 친구임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내가 그에게서 질병만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도록 하소서.

-12세기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마이모니데스의 기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을 때 의술은 사랑이 된다.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들을 안심시켜주기만 해도 건강을 회복한다.

 -히포크라테스

 

이런 부분때문에 의료인들이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추천하는 모양입니다. 의사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전문가인지, 단순히 고장 난 신체 일부를 고치는 기술자인지는 의료인들의 자성과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저자의 글에서 한국이 전문의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으며 일반의는 전체의 3분의 1을 밑돌고 있으며, 전문의도 4분의 1이 두가지 이상의 전문과목을 표방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전문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내과·가정의학과는 3년)을 수련받은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 일반의는 별도의 전문의 취득(인턴, 레지던트)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의사를 지칭하는 말. 한국의 경우 의대 졸업 직후 활동하는 의사와 인턴만 마치고 활동하는 의사를 모두 일반의라고 부른다. )

 

저자인 버나드 라운은 개별 환자의 안녕을 생각하며 혼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관심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환자가 말하는 대부분의 건강 문제를 비싼 진료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해결할수 있다고 합니다. 본문은 진단/치유/생명과학/노년, 그리고 죽음/의사와 환자간의 특별한 관계/환자의 역할로 6부로 나누어서 임상 경험들을 통해 의사가 왜,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애를 지는 의술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심을 두고 쓴 책이기에 인간의 삶이 가지는 고귀함에 대한 존경심을 높일 수 있기를 독자인 저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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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사계절 그림책
김정선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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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뇌리에 박히는 이미지나 문장들이 있습니다. 김정선 작가도 '잠을 자려고 콩밭에 누웠는데 그날 밤 하늘이 너무 예뻤다'라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로 숨바꼭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합니다. 가장 극한 상황인 피난길에서 맞이한 여름 밤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달성국민학교에 다니는 양조장 집 박순득과 자전거포집 이순득, 두 아이가 전쟁을 피해 숨바꼭질로 숨어들어갑니다. 피난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자전거포 순득이가 양조장 순득이를 찾지만 어디에도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지만 숨바꼭질을 하는 순득이는 순득이를 찾지 못합니다. 

 

 

 


 

그림을 보면서 바행기 폭격과 피난온 사람들의 임시 거주지, 그리고 폭격으로 무너진 도시를 담담하게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쓰려옵니다. '웰컴투동막골' 영화에서 보면, 폭격기가 하늘을 새까맣게 메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늘이 까맣게 되면, 땅이 검붉게 변합니다. 그런 폭격 장면을 겼으셨던 분들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영화관의 큰 화면으로 봐도 위압감이 상당한데 현실세계에선 어땠을까 싶어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달성국민학교라서 대구지역인데 왜 피난을 가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출판사 서평을 찾아보니 "6.25가 터지고 인민군들이 파죽지세로 남하합니다. 대구 근처 달성 사람들도 결국 피난을 가지요. 낙동강을 건너야 하는데, 인민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왜관 철교는 폭파(1950년 8월 3일)가 된 뒤였지요. 강을 건너는 장면 뒤쪽으로 보이는 다리가 바로 왜관 철교입니다. 전국의 피난민들이 모인 곳이 바로 부산의 피난촌입니다. 이순득이 그곳에서 한 계절을 보냅니다. 그 사이 인천상륙작전이 성공(1950년 9월 15일)하고 국군과 연합군은 다시 서울을 되찾습니다. 낙동강까지 밀렸던 군인들이 다시 북진을 하게 됩니다. 이에 피난민들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강철교가 아니라 왜관철교라고 합니다. 당시에 경남 지역은 피난을 안가도 되는줄 알았는데 말이죠.

 

 

 

전쟁으로 인한 아픔이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 먹먹함이 더 오래 갑니다. 수채화의 특성인 것같은데 맑게 느껴지는 그림이 더 아파옵니다. 북트레일러를 보니 그림과 달리 느껴지는 심상이 달라져서 올려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FNfkq12Sn8


그림은 Ⓒ그림책박물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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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
김성우 지음 / 쇤하이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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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행성B 출판사의 '그토록 붉은 사랑' 중 '어머니의 편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붉은색 표지때문일까요? 아님, 아들이 어머니와의 대화를 글로 옮겼다는 점이 비슷해서일까요?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표지 왼가에 찍힌 "나의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철학하고 싶다"는 글귀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귀가 시끄럽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에서 가끔식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다친 상처를 어루만져줄 그런 글이 읽고 싶었습니다. 


책의 물성이라고하나요? 표지를 스윽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는데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종이가 아닌 천의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붉은색, 표지, 어머니, 제가 움찔거려야 할 것들이 제 눈앞에 있습니다. 영어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하는 중인 리터러시 연구자라..


어머니와 진정 함께 있는 것, 어머니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일이었다. 당신과의 대화를 경청하고, 복기하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다.

 ...이내 어머니와의 대화를 돌아보고 기록하는 일은 일상이 되어 있었다...내 안의 울림이 또 다른 이들에게 당하 더 깊은 울림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기록과 성찰의 경험속에서 소중한 깨달음 또한 얻었으니, 일상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특권과 책무가 동시에 주어진다는 것이다. 

서로의 생을 목격할 수 있는 특권, 그리고 그렇게 목격한 삶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망각하지 않을 책무. 

부모라서 또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또 죽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공종의 선물이자 의무말이다.

...인생과 인생은 일상에서 만난다.      

 -프롤로그 중에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을 덮었습니다. 구절마다 배어 있는 확고함같은데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둠일기'로 시작된 모자간의 깊은 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엄마'였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나서 잠시 책을 덮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중년에 대한 성찰, 모녀간의 여행, 엄마와 딸로 연결되는 관계 등...돌아가신, 엄마와 나누고 싶었던 사사로운 일까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쫌 쓰렸습니다. 표지를 몇번 어루만지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깊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책을 여러번 덮었습니다. 6년의 기간 동안 어머니와의 대화를 기록했다고 했는데 내용이 많습니다. 긴 시간동안 적은 내용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책 한권 분량으로 출간되었으니 독자들도 생각해야 할 내용들이 더 깊어집니다. 책에서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교육자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하는 당부도 끄덕여집니다. 저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활자로 적힌 문장을 보니 그 깊이가 달라집니다.   


영어를 인생으로 가르치기엔 제가 참 모자르네요. 하지만 영어를 인생이랑 가르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과목이 무엇이든 모든 선생님들이 삶을 나누고 풍성하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가르치는 일은 곧 삶을 나누는 일, 그러다보면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의 경계가 사라지겠죠. p.55.



삶의 기록, 깊은 성찰속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찬히 다시 한번 읽고 지인들에게 권하겠습니다. 참, 작가님과 페친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확인한 작가님과 그 어머님의 사진, 동네에서 뵐수 있는 푸근한 인상의 어머니이시더군요. 책을 받고 지하철역에서 3시간만에 읽으셨다는 멘트에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오래전에 편지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엄마에게 쓰는 편지가 내용이었습니다. 상을 받았다고 좋아하실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편지 속에 나오는 당신이 가여워서 울었다고 하시더군요. 책을 덮으니 엄마가 그리워지네요. 


출판사 이름인, 쇤하이트는 독일어로 '아름다움'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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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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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서울의 중심지라 할수 있는 종로가 생활지역인지라 어릴때부터 인사동은 뻔질나게 지나치며 살아왔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서예동아리 활동으로 조계사 건너편 인사동으로 재료를 사러 다니기도 했지요. 그때부터였을꺼예요. 화랑이라는 공간에 한 발자국 걸치며 작품을 관람하게 되고, 어려운 내용은 어렵게 받아들이고 쉬운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면서 제 나름의 예술관을 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시간을 들인만큼 제 주위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편한 마음으로 작품을 관람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시회 티켓을 구해 같이 가자는데 누가 싫어할까 싶지만요.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책의 제목을 접하고는 마음이 땡겼습니다. 2014년 7월, 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투쟁의 현장과, 그곳이 본래 지녔던 평화로운 일상과 자연을 보여준 <밀양을 살다>전이 서촌 내 류가헌갤러리에서 전시되었습니다. 사진가 18인의 '밀양' 현장 기록과 판화가 이윤엽, 화가 전진경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지인과 관람중에 만난 판화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동안 좋은 작품들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안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웬지 그 작품의 판매비용은 나도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작품옆에 붙어 있는 붉은 딱지를 보면서 나도 사볼까? 내가 살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며칠동안 허리띠를 동여매야 하나?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작품가격들이 비싸다는 이야기만 신문지상에서 만나는 지라 작품의 가격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몰랐던 시절입니다. 제 주머니 사정에 비춰서 생각하다가 내가 무슨..이러면서 전시장을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판화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윤엽씨의 판화는 따뜻해서 좋아합니다.

 

그 기억때문에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필자와 같은 월급쟁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필되었다"라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미술품구매 가이드에서 독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로 만든 이 책은 500만원을 제시하면서 "이 정도는 줘야 제대로 된 작품을 산다는 건 미술시장에 처음 쇼핑을 갈 때 알고 가야 할 최소한의 정보"라고 합니다. "독자들이 교양과 지식을 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대한 안내가 되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아, 내가 '미술 투자'라는 단어를 듣고 느꼈던 느낌이 이거였구나 싶었습니다. 

 

소제목에 있습니다. '컬렉션, 이제 중산층의 자격'이라는 부분이...저는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작품 소장이 목적인지라 책을 잘못 선택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읽기로 시작한 책,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알면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쭈욱 읽었습니다.  미술품 투자를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이 보면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첫 컬렉션은 개인전을 두세번 한 작가, 두 점 살 걸로 제대로 된 한 점의 작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공간과 작가의 내용을 듣는게 좋았습니다. 어떤 이력이 있는 공간인지, 어떤 내용을 추구하는지 몰랐던 작가들을 조금씩 아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아는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신생공간인 합정지구와 제 입에서 이름들이 익은 작가분들의 이름이 거론되니 오호라 이러면서 책이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민중미술에 대한 부분과 비엔날레, 그리고 아트페어와 화랑 등 폭넓게 내용들을 풀어주니 새로움도 있었습니다. 대중적인 축제이자 전문가를 위한 미술제전이라는 비엔날레, 아트페어는 전국 각지의 유수 화랑들이 한장소에 모여 며칠간 작품을 판매하는 미술장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말이지만 정확하게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싶었던 거지요. 민중미술과 관련된 부분은, '민중아트(minjungart)'라는 고유명사로 정착되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한 시개의 획을 긋은 미술장르지만,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시장-서울시립미술관에 38억원 상당의 민중미술작품을 기증한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의 이야기도 신선했습니다. 민중미술작품에 감동하고 그 미술사적 중요성을 알고, 화가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한, 이런 분들이 있어 민중미술계가 꾸준히 성장할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셈이니까요. 이 부분은 민중미술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미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집필로 생애 첫 컬렉션을 합니다. 저자는 "오로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켈력션"으로"작품 구매를 통해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신진작가의 앞날에 작은 징검돌 하나는 놓아주자"고 희망합니다. 투자라는 말이 개인의 자본축적이 아닌, 미술계의 투자로 느껴져서 기분좋게 책을 덮었습니다. 당장 500만원으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저도 제가 좋아라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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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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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더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일본 최고 지성이 30년 내공을 담아 전하는 읽기와 쓰기에 대한 모든 것. 


언어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한다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언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언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피이자 살이고, 뼈이자 피부입니다. 얼마나 양질의 언어인가, 어떻게 생긴 언어인가, 어떤 특성을 지닌 언어인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 감각, 삶의 방식이 송두리채 영향을 받습니다. 영어를 솜씨 좋게 구사하게 되었다는 것은 '영어를 모어로 삼는 종족의 사고방식, 감각'을 내 몸에 새기고 각인시켰다는 것을 뜻합니다.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10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고베여학원대학에서 '창조적 글쓰기'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강의를 할 당시의 열의와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14강으로 정리했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라 예상하면서 쉽게 읽혔는데 중간부분에 오니 전문적인 내용이 있고, 강의의 범주가 워낙 큰 지라 두어번 다시 되씹어 읽고 있습니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언어에 대해, 모국어의 개념에 대해 강단에서 100여명의 수강생 앞에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자 후기에 밝혔듯이, 마지막 강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21년동안 재직한 대학의 마지막 강의이기에, "'마지막이니까 그래도 뭔가 보여주어야지'하는 마음이 생겨 평상시보다 좀 다 강하게 '빙의'했"(p.315)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 역설적이지만 저출산 정책과 아동 학대는 사상적으로 동일합니다. 출산과 육아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중략)...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이해득실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령하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 (p.202)  위 본문내용처럼, 주제와 다른 이야기같지만 일맥 관통하는 다양한 사고와 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내용으로 서문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언어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서 놀랬습니다. 언어 정책을 세우는 정치가, 관료, 학자들이 "모어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 집단의 지적 창조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점"(p.10)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에 최적화된 교육'을 밀어붙어 지적 생산력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와 전혀 다른 이국의 우주관, 윤리규범, 미의식과 만나는 일(p.10)이라고 합니다. 


초등 학부모인지라 영어교육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라 이런 부분이 더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어는 그 집단의 우주관이라는 명제에, 우리 아이들이 본인에 대해, 모국에 대해 정립된 상태가 아닌데 영어사용국가의 우주관을 익히게 하는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이젠 외국어의 직역이 가능한 시기인데 말이죠. 


모국어의 위기감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책에서 본질적인 주제로 삼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서 집중하기로 합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는 능력도, 글을 정확하게 쓰는 능력도 아니라고 합니다. 필요한 것은 독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자가 가능하면 기분좋게 술술 읽어주기를 바라는, 속 깊은 마음이 '설명'에 특별하고도 풍부한 색채를 더해준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전체 강의 내용보다는 부분 내용으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는 주제에 대해 가깝게 다가간것 같아 기분이 흡족합니다. 그러나...책을 다시 읽어볼 계획입니다. 저자, 메타 메세지, 독자 등 언어 환경을 기반으로 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설명하는데 쉽사리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일반적인 저작물-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언어학적인 부분과 사회문화적인 부분까지 건드리는 지라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롤랑 바르트의 '에크리튀르'와 피에르 브루디외의 '구별짓기'의 설명을 통해, 집단의 사회적 행동을 규정하는 보이지 않은 힘(무의식적인 속박이며 계층사회를 성립시키고 있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만의 특수한 언어 환경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대상'에 대한 부분도 설명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강의의 내용이 인문문학적으로 깊게 들어가는지라 중간중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오래전 어려웠던 글을 읽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이해가 되어서 기뻐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 책도 기대가 됩니다. 1강씩 나눠서 읽어보고 되씹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인문학 책을 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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