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 노벨상 수상자 버나드 라운이 전하는 공감과 존엄의 의료
버나드 라운 지음, 이희원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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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생사를 가르는 시기를 간접적으로나 겪으면서 이런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가끔식이지만 병원의 알콜 냄새가 나면 진저리를 치게 됩니다. 엄마의 수술로 병원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불볕더위도 힘들지만, 그 더위가 없었던 그 해 여름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여는 글에서 보면 오늘날 현대희학이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술이 본래의 형태와 신념을 망각한데 있다며 치유는 처치로 대체되고, 치료대신 관리가 중요해졌으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료장비가 대신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을 주츼의라는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머라가 아픈게, 배가 아픈게 특정부위가 잘못된게 아니라 감정의 변화로 신채가 겪는 부작용이라고 말해주는 동네 의사 말입니다. 이 약을 계속 먹으며 이런 부부이 나빠지니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지 조언해줄 수 있는 동네 약사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병장수 시대라지만, 장수하면서 병환이 있는 삶은 싫습니다. 삶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출생은 내가 어찌 할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삶을 가꾸고, 변화시키며, 마감할 수 있는 의식이 본인에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존엄사가 논의되는 것이겠지요.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품에 안겨들면, 부모는 따뜻하게 안아주며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게 되면 아이의 복통은 대부분 아픈게 사라집니다.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환자의 질환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는 부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1분도 안되는 진료를 받으러 1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소아과여서 엄마들이 아이가 조그만 아파도 병원으로 바로 찾아와서 늘상 북새통이지만. 아이의 목구멍을 한번 보고, 두어마디 질문 하고는 "다음 분이요"이러는데 정말 열 받았습니다. 진료를 잘하든 못하든 중요한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는 안심시켜줘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이후에 그 소아과를 안찾습니다. 

 

추천사를 작성한 서울대 의과대학 정현채 교수는 글에서 두 명의 현인들을 인용합니다. 마음과 몸이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알려진 이야기이니까요.

 

환자가 고통받는 나의 친구임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내가 그에게서 질병만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도록 하소서.

-12세기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마이모니데스의 기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을 때 의술은 사랑이 된다.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들을 안심시켜주기만 해도 건강을 회복한다.

 -히포크라테스

 

이런 부분때문에 의료인들이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추천하는 모양입니다. 의사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전문가인지, 단순히 고장 난 신체 일부를 고치는 기술자인지는 의료인들의 자성과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저자의 글에서 한국이 전문의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으며 일반의는 전체의 3분의 1을 밑돌고 있으며, 전문의도 4분의 1이 두가지 이상의 전문과목을 표방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전문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내과·가정의학과는 3년)을 수련받은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 일반의는 별도의 전문의 취득(인턴, 레지던트)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의사를 지칭하는 말. 한국의 경우 의대 졸업 직후 활동하는 의사와 인턴만 마치고 활동하는 의사를 모두 일반의라고 부른다. )

 

저자인 버나드 라운은 개별 환자의 안녕을 생각하며 혼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관심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환자가 말하는 대부분의 건강 문제를 비싼 진료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해결할수 있다고 합니다. 본문은 진단/치유/생명과학/노년, 그리고 죽음/의사와 환자간의 특별한 관계/환자의 역할로 6부로 나누어서 임상 경험들을 통해 의사가 왜,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애를 지는 의술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심을 두고 쓴 책이기에 인간의 삶이 가지는 고귀함에 대한 존경심을 높일 수 있기를 독자인 저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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