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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평점 :
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더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일본 최고 지성이 30년 내공을 담아 전하는 읽기와 쓰기에 대한 모든 것.
언어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한다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언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언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피이자 살이고, 뼈이자 피부입니다. 얼마나 양질의 언어인가, 어떻게 생긴 언어인가, 어떤 특성을 지닌 언어인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 감각, 삶의 방식이 송두리채 영향을 받습니다. 영어를 솜씨 좋게 구사하게 되었다는 것은 '영어를 모어로 삼는 종족의 사고방식, 감각'을 내 몸에 새기고 각인시켰다는 것을 뜻합니다.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10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고베여학원대학에서 '창조적 글쓰기'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강의를 할 당시의 열의와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14강으로 정리했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라 예상하면서 쉽게 읽혔는데 중간부분에 오니 전문적인 내용이 있고, 강의의 범주가 워낙 큰 지라 두어번 다시 되씹어 읽고 있습니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언어에 대해, 모국어의 개념에 대해 강단에서 100여명의 수강생 앞에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자 후기에 밝혔듯이, 마지막 강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21년동안 재직한 대학의 마지막 강의이기에, "'마지막이니까 그래도 뭔가 보여주어야지'하는 마음이 생겨 평상시보다 좀 다 강하게 '빙의'했"(p.315)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 역설적이지만 저출산 정책과 아동 학대는 사상적으로 동일합니다. 출산과 육아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중략)...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이해득실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령하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p.202) 위 본문내용처럼, 주제와 다른 이야기같지만 일맥 관통하는 다양한 사고와 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내용으로 서문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언어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서 놀랬습니다. 언어 정책을 세우는 정치가, 관료, 학자들이 "모어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 집단의 지적 창조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점"(p.10)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에 최적화된 교육'을 밀어붙어 지적 생산력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와 전혀 다른 이국의 우주관, 윤리규범, 미의식과 만나는 일(p.10)이라고 합니다.
초등 학부모인지라 영어교육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라 이런 부분이 더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어는 그 집단의 우주관이라는 명제에, 우리 아이들이 본인에 대해, 모국에 대해 정립된 상태가 아닌데 영어사용국가의 우주관을 익히게 하는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이젠 외국어의 직역이 가능한 시기인데 말이죠.
모국어의 위기감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책에서 본질적인 주제로 삼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서 집중하기로 합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는 능력도, 글을 정확하게 쓰는 능력도 아니라고 합니다. 필요한 것은 독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자가 가능하면 기분좋게 술술 읽어주기를 바라는, 속 깊은 마음이 '설명'에 특별하고도 풍부한 색채를 더해준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전체 강의 내용보다는 부분 내용으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는 주제에 대해 가깝게 다가간것 같아 기분이 흡족합니다. 그러나...책을 다시 읽어볼 계획입니다. 저자, 메타 메세지, 독자 등 언어 환경을 기반으로 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설명하는데 쉽사리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일반적인 저작물-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언어학적인 부분과 사회문화적인 부분까지 건드리는 지라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롤랑 바르트의 '에크리튀르'와 피에르 브루디외의 '구별짓기'의 설명을 통해, 집단의 사회적 행동을 규정하는 보이지 않은 힘(무의식적인 속박이며 계층사회를 성립시키고 있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만의 특수한 언어 환경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대상'에 대한 부분도 설명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강의의 내용이 인문문학적으로 깊게 들어가는지라 중간중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오래전 어려웠던 글을 읽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이해가 되어서 기뻐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 책도 기대가 됩니다. 1강씩 나눠서 읽어보고 되씹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인문학 책을 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