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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
김성우 지음 / 쇤하이트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행성B 출판사의 '그토록 붉은 사랑' 중 '어머니의 편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붉은색 표지때문일까요? 아님, 아들이 어머니와의 대화를 글로 옮겼다는 점이 비슷해서일까요?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표지 왼가에 찍힌 "나의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철학하고 싶다"는 글귀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귀가 시끄럽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에서 가끔식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다친 상처를 어루만져줄 그런 글이 읽고 싶었습니다.
책의 물성이라고하나요? 표지를 스윽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는데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종이가 아닌 천의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붉은색, 표지, 어머니, 제가 움찔거려야 할 것들이 제 눈앞에 있습니다. 영어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하는 중인 리터러시 연구자라..
어머니와 진정 함께 있는 것, 어머니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일이었다. 당신과의 대화를 경청하고, 복기하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다.
...이내 어머니와의 대화를 돌아보고 기록하는 일은 일상이 되어 있었다...내 안의 울림이 또 다른 이들에게 당하 더 깊은 울림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기록과 성찰의 경험속에서 소중한 깨달음 또한 얻었으니, 일상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특권과 책무가 동시에 주어진다는 것이다.
서로의 생을 목격할 수 있는 특권, 그리고 그렇게 목격한 삶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망각하지 않을 책무.
부모라서 또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또 죽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공종의 선물이자 의무말이다.
...인생과 인생은 일상에서 만난다.
-프롤로그 중에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을 덮었습니다. 구절마다 배어 있는 확고함같은데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둠일기'로 시작된 모자간의 깊은 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엄마'였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나서 잠시 책을 덮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중년에 대한 성찰, 모녀간의 여행, 엄마와 딸로 연결되는 관계 등...돌아가신, 엄마와 나누고 싶었던 사사로운 일까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쫌 쓰렸습니다. 표지를 몇번 어루만지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깊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책을 여러번 덮었습니다. 6년의 기간 동안 어머니와의 대화를 기록했다고 했는데 내용이 많습니다. 긴 시간동안 적은 내용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책 한권 분량으로 출간되었으니 독자들도 생각해야 할 내용들이 더 깊어집니다. 책에서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교육자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하는 당부도 끄덕여집니다. 저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활자로 적힌 문장을 보니 그 깊이가 달라집니다.
영어를 인생으로 가르치기엔 제가 참 모자르네요. 하지만 영어를 인생이랑 가르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과목이 무엇이든 모든 선생님들이 삶을 나누고 풍성하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가르치는 일은 곧 삶을 나누는 일, 그러다보면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의 경계가 사라지겠죠. p.55.
삶의 기록, 깊은 성찰속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찬찬히 다시 한번 읽고 지인들에게 권하겠습니다. 참, 작가님과 페친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확인한 작가님과 그 어머님의 사진, 동네에서 뵐수 있는 푸근한 인상의 어머니이시더군요. 책을 받고 지하철역에서 3시간만에 읽으셨다는 멘트에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오래전에 편지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엄마에게 쓰는 편지가 내용이었습니다. 상을 받았다고 좋아하실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편지 속에 나오는 당신이 가여워서 울었다고 하시더군요. 책을 덮으니 엄마가 그리워지네요.
출판사 이름인, 쇤하이트는 독일어로 '아름다움'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