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 ㅁ(미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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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받아 읽자마자 여성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박산호 선생님의 소설의 쓸모와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쓸모에 등장하는 책들은 모두 여성 작가들이 쓴 책만으로 소개되어 있다면 이 책은 고전 속 여주인공들을 다룬 이야기다(작가가 남성인 경우도 있다). 둘 다 재미있으니 시간 내서 꼭 읽어보길 바란다.

드레스는 유니버스속에 나오는 각기 다른 여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발칙함과 당돌함, 영리함과 사악함을 지니고 있었다. 순종적이거나 고상했던 당시의 여성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저자는 그녀들을 변호하되 무작정 옹호하거나 찬양하지는 않는다. 어떤 소설은 출간되었을 때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었다. 당시로 보나 지금으로 보나 그녀들의 행동은 파격적이고 다채로운 반란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분명히 최애 여주인공이 하나쯤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내가 매력을 느낀 두 명의 여주인공이 있는데 제인 에어의 제인 에어와 이성과 감성의 엘리너 대시우드다. 에마 보바리와 엘렌 올렌스카 등 다른 여성들도 각자만의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누굴 꼽아야 하나 속으로 갈등하다가 두 명을 꼽은 것이다. 제인 에어이성과 감성은 언젠가 꼭 읽어봐야겠다.

요즘 소설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돈 버는 법, 재테크 하는 법, 자기계발 하는 법을 다룬 책들을 읽어야 마땅하지만 나에게는 소설이 더할 나위 없는 인간관계 지침서가 되어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랬다. 인간관계에 영원한 이별이나 영원한 인연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과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중학교부터 도서관을 내 집 드나들 듯 했고 고등학교 때도 책 읽는 게 더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내내 손가락질을 받아 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계문학 속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은 온갖 폭력으로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녹였다. 긴 기간 동안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책을 읽고 있으면 일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책은 나에게 사람보다 더없이 친한 친구였던 것이다.

고전의 두께는 어마어마해서 가히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저자 선생님은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몇 번이고 읽고 또 읽는다고 한다. 나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몹시 산만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선생님의 개성 넘치는 서평으로 여주인공들의 매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했던 제인 에어이성과 감성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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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희망의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에르난 레예스 알카이데 지음, 이재협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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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면을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올해로 즉위 10주년이라고 나옵니다. 2013년이면 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을 때인데 벌써 그리 되었습니다. 그 때의 저는 교황님의 존재만 알았지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분이라고만 여겼습니다(무려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던 때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톨릭 신자가 되고 나서는 교황님이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정말 중요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황님은 모든 인류에게 10가지 부탁을 하셨습니다. 여기서 모든 인류라 함은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모두 포함한다는 뜻입니다. 10가지 모두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학대 문화의 근절, 공동의 집 보호, 혐오의 악순환을 끊는 언론, 공동선에 헌신하는 정치, 전쟁 근절, 이주민과 난민, 여성의 사회 참여, 가난한 나라, 건강, 하느님을 내건 야만적 행위 금지 등은 신자가 아니어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소외된 자, 가난한 자, (학교)폭력 피해자로서 교황님의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강한 어조에 그만 눈물을 쏟을 뻔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비록 실제로 알현한 적은 없습니다만 만일 뵐 기회가 생긴다면 남미 언어를 배워서 그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집니다. 단 한 순간도 주류 문화에 속할 수 없었던 제게 교황님의 초대는 그저 감동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교황님의 초대를 받은 이상 저도 마냥 앉아서 얻어먹기만 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공동선을 위해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게 교황님의 초대에 응하는 일이며, 나를 초대하신 교황님께 보답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하느님을 체험하는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희망의 초대장을 받아들고 뛰어나갑니다. , 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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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세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황미하 옮김, 신정훈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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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교인들에게 기도는 빼 놓을 수 없는 습관이고 그만큼 소홀해지기 쉬운 활동이다. 나는 그리스도를 믿으면서도 기도를 그리 습관적으로 하지 못하는 편이다. 소득 없음과 세금 문제로 사업을 한 달 만에 폐업하고 며칠을 가슴 졸여 온 터라 기도에는 그리 집중하지 못했다. 묵주기도를 하고 나도 내 문제를 꼭 안고서 그것을 하느님께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하느님께 내려놓기만 하면 될 일인데.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마저 하느님께 일임한다면, 그것은 게으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하되 어쩔 수 없는 일들은 하느님께 맡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과가 어떻든 하느님께 순종하기만 하면 된다. 하느님께서 결정하신 일들은 결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일으켜 세우시기도 하지만 어둡게도 하시기 때문이다.

기도의 삶은 꽃길처럼 평탄하고 쉬운 삶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하느님을 알았던 성인들, 성자 예수님을 낳으신 동정 마리아, 그리고 성자 예수님까지 그런 삶을 살아오셨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하느님께 불평하거나 그분을 저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으셨다. 이들은 현세에서 위험과 수난을 몸소 겪으며 살았지만 사후에는 영원한 하느님 곁에 머무르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직분에 따라 기도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자와 사제, 혼인한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기도해야 한다. 이들의 기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동체를 향한 헌신이다. 수도자는 수도 공동체, 사제는 교회, 혼인한 이들은 가정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그 외 평신도의 경우 이들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지만 또 그만큼 하느님과 가까이하는 데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 더 아름다운 점은 저자가 무려 신부님이 아닌 여성분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스위스 최초의 여성 의사이자 영성이론가, 신비가였다. 개신교 가정에서 자라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녀는 세계의 심장으로 잘 알려진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님과 인연이 깊은 분이었다. 저자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았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이렇게 심오한 기도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 나갔다.

이렇게 볼 때 신앙의 깊이는 단순히 년수만으로 가늠될 수 없는 것 같다. 신앙연수가 아무리 길어도 기본적인 교리조차 모르는 경우가 흔하고, 비록 입교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하느님을 더 깊이 알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큰 경우도 많다. 후자의 경우 제아무리 어려운 내용의 신앙 서적도 형광펜 들고 밑줄 그어가며 열심히 탐독한다. 내가 바로 후자다. 성경도 이렇게 읽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아쉽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하느님을 더 이상 그저 소원 들어 주는 마법사로만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신앙이 깊어질수록 나의 욕구보다 공동체의 욕구로, 더 나아가 하느님과의 관계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기도의 삶은 비록 어렵고 답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나의 시야를 넓혀줌과 동시에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 그리고 나의 좁은 시각이 아닌 하느님의 무한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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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난 새벽길 - 한수산 순례 에세이
한수산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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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세 인물의 새벽길은 단순한 여로가 아닙니다. 하느님과 성모님에 대한 굳은 신심 말고 아무것도 없는 빈곤한 나라였던 조선의 신앙 전파를 위해 걷고 또 걸어온 아름다운 길입니다. 겉으로 보면 그저 어렵고 험하기만 한 길만 골라서 간 것처럼 보이지만 가톨릭 교우들에게 주어진 길은 그 길밖에 없었습니다. 힘들지만 불평하지 않고 담담히 그 길을 걸어온 세 인물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어야 할 분들입니다.

새벽길을 떠났던 세 인물에 대해서 저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잘 몰랐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위대한 분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탄식을 하게 될 겁니다. 특히 저는 입교한 지가 약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더 깊이 다가옵니다. 저보다 오랜 신앙을 유지하신 분들도 기쁜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하는데 저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주일미사만 겨우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큰 줄기는 백두산에서 요한 크리소스토모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은 선생님이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새벽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입니다. 책에 수록된 사진이 선명하고 깨끗해 마치 함께 순례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성지 순례라고 하면 주로 알려진 장소가 이스라엘, 유럽 등지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길은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멉니다.

선생님이 걸어가신 길은 평탄하고 넓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앞서 가신 두 분의 새벽길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책의 문장마다 선생님의 고생과 눈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읽기만 하는데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선생님은 이 책 말고도 여러 책을 많이 저술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고생하셨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잘 읽고 실망하지 않도록 서평을 써서 올리는 일이겠지요.

만일 이 길이 괴로우니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길은 나와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럼에도그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 길은 오롯이 선생님만의 순례입니다. ‘황금의 입이라고 불렸던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이름대로 글 쓰는 능력을 하느님을 위해 사용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순간 그 일은 더 이상 고행이 아니게 됩니다. 선생님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셨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의 온라인 묵주 장사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장사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정도 됐지만 아직 팔리는 물건이 없습니다. 제가 파는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비주얼이 좋지 못해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묵주 판매하시는 분들보다 신앙연수가 매우 짧은 축에 속하는 제가 묵주에 대해 뭘 그리 잘 알겠냐마는 일단 시도해 본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저의 부족한 재능을 나누라는 하느님의 계시겠지요.

이렇게 보면 선생님도 저도 하느님께 제대로 붙들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저입니다만 좁은 방에 성모상과 각종 성화들을 비치해 두고 책상에 앉을 때마다 그분을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약 8년 간 개신교 신자였다가 2019년에 가톨릭으로 갑자기 입교하면서 느꼈지만 저는 하느님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일을 시작하게 된 저 또한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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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대에도 신앙은 필요한가 - 과학만능주의 시대, 신앙의 의미 탐구
김도현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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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소위 과학만능주의의 시대에서 신앙은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흔히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창조주()의 역할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언뜻 보기에는 인간이 과학을 창조하였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과학도 발전했으니 더 이상 신앙의 역할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 신부님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 신부님은 여러 과학자들이 강력하게 신봉하는 다양한 이론들의 한계를 요목조목 비판한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의 맹점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신부님은 과학자들의 이론에 거침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영역이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제시한다.

그렇다고 이 책을 과학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고 단정 지으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지 과학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잘못된 믿음에 대한 비판이다. 과학은 분명히 인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그 성과는 결코 미미하지 않다.

이 책의 제목은 질문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에 응답하는 능력이 신앙에는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는 경우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개개인의 존재나 가치관, 윤리 같은 것들은 과학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다.

저자 신부님은 과학과 신앙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이든 신앙이든 한쪽으로 기울면 폭력을 야기할 뿐이다. 양자는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SCIENCE(과학)IFAITH(신앙)I가 서로 겹치듯이 상생하고 대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과학과 신앙 사이>를 재미있게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어서 요번 신간도 몹시 기대하며 읽었다. 내가 과학머리를 타고나지 않아서 책에 나오는 모든 이론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 어려웠지만 책에서 말하는 요점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과학을 좀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찰나에 좋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길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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