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하이힐
루벤 투리엔소 지음, 권미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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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를 최고에게 맡겨라.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p. 207) 

굽높이 5센티미터도 겨우겨우 신는 내게는 10센티미터가 넘는 아슬아슬한 높이의 구두를 잘도 신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같은 여자로써 부럽기 그지 없다. 하이힐의 굽높이가 높아질 수록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장점을 넘어 요통과 관절염 등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겐 must have item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여성들만의 전유물인 하이힐이 생겨난 유래는 화장실의 개념이 미약했던 16-18세기경 프랑스에서 길거리에 떨어진 오물을 피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하는데, 오늘 날 여성들의 패션 중심에 선 하이힐은 한 영화에서 보여준 구두 신발장을 갖는 것이 소원인 주인공으로 인해 하이힐의 수요는 더욱 급증하였고, 지금 하이힐은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이며 여성으로써의 자부심, 자존심을 나타내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 캔자스에서 뉴욕으로 첫 발령을 받은 날 예기치 못한 빨간 하이힐 때문에 재무담당 웨스트와 대립구도에 서게 된 디렉터 도로시가 있다. (여기서의 하이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먼저 책 '오즈의 하이힐'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여성들을 위한 비지니스 소설로, 광고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도로시와 친구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칙릿(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소설)소설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교되는 칙릿 소설이라 일컬어지지만 그것보단 직업의 하나인 광고이야기를 '오즈의 마법사' 구도로 쓰여진 책이 아닐까 한다. (왠지 영화로 만들어지면 볼거리와 재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당신은 스스로 가치 있게 굴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돼요. 당신의 업적만이 당신을 평가하는 잣대는 아니에요. 불행하게도 웨스트 씨나 회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짓밟도록 내버려둔다면, 결코 당신은 발전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당신을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회색분자로 바꿔놓고 말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당신을 고용한 거죠." (p. 42-43) 

회사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는 웨스트가 원하는 빨간 구두 하나로 인해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도로시는 빨간 구두가 단순한 구두의 가치를 넘어 웨스트와 맞설 수 있는 힘과 명분, 이상을 가진 엄청난 구두임을 깨닫고 진취적인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앞서나간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해요. 그들에게 작은 성과들을 제시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비전으로 기대감을 불어넣어요." (p. 218) 

그리하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뇌가 녹슬었다고 말하는 연구개발팀의 오스카에게 잃어버린 의욕을 되살려주고, 로봇처럼 마음이 굳어버린 제작팀의 티모시에게 굳어버린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 주고, 자신의 일을 잃을까 두려운 홍보팀의 라이오넬에게 두려움을 없애 줄 미래의 비전과 열정을 알려주며 '박물관의 경비가 불을 켜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최고의 걸작이라도 볼 수 없다'는 멘토인 헨리에게서 배운데로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그와 관련된 모든 업무의 역할과 관계자들의 가치를 존중하여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점차 의혹에 찬 팀원들과 회사의 분위기를 궤도로 올려놓으며 비즈니스 정글에서 아찔하고 긴박한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고 멋지게 성공한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흥미 진진한 이야기 구도와 달리 공감을 자아낼 만큼 그리 현실적인 느낌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도로시의 말 한마디로 쉽게 호응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저 고전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동화적인 색채감만을 불러 일으키며 현실성이 결부된 느낌이다. 

미래의 고삐를 거머쥐고 당신의 삶을 둥글둥글한 경험으로 만들어라.(p. 247) 

그러나 이야기는 앞에서 말했듯이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만큼 재미있게 쓰여져 있으며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는 지루한 자기계발서와 달리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개인의 삶이 하루의 반 이상 매여 있는 직장 생활이라는 사회 속에서 혼자만 잘나선 성공할 수 없으며 팀원들과의 협동심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이끌어 주는 팀워크의 중요성과 뚜렷한 목표 의식과 비전으로 이상을 실현해가는 빨간 하이힐을 신은 성공한 도로시를 통해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약간은 동화적인 자기계발서 '오즈의 하이힐'은 오늘도 편견과 온갖 장애물 앞에서 좌절하고 상처 입은 여성, 혹은 비지니스인들에게 순탄치 않은 삶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때론 과감히 뛰어들어 무지개 너머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보라고 용기와 열정을 북돋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가슴 뿌듯하게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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