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르는 척 ㅣ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평점 :
모르는 척..이 책의 제목처럼 나도 이 책을 모르는 척 하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라는 걸 얼핏 듣게 되었고, 좋은 책!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고 있었으면서도 나중에, 나중에..미루며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건 아마도 이 책을 보면 마음이 불편할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우메다 슌사쿠와 우메다 요시코 부부가 함께 낸 책으로 <모르는 척>의 다음 이야기
<나는 태양>을 먼저 보게 된 것이다. <나는 태양>에서 밝게 빛나는 태양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을 보았기에 이제 더이상
모르는 척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커다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탈을 들고 있다. 그 아이는 반으로 갈라진 탈 가운데 서 있다. 표지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을
읽기 전에 상상해본다. 자신을 감추는 탈을 깨고 나왔다는 것일까?
돈짱은 야라가세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나와 친구들은 돈짱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모르는 척 한다.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야라가세 패거리들에게 대들지도 못한다.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도 그 말은 마음속에서만 맴돌 뿐이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란 마음으로 눈 마주치기도 피하지만 야라가세 패거리가 돈짱에게 샤프를 훔치게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패거리에 어느새
나도 어쩔 수 없이 끼게 되며 마음이 복잡하다. 엄마아빠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없다. 강변의
어묵 파는 아저씨가 한마디씩 툭툭 던져주는 말이 위안이 되기도 하고, 용기를 갖게 해주기도 한다.
학예회날 돈짱은 대장 원숭이에게 달려든다. 나는 돈짱을 보면서 연극 마지막에 해야 할 대사 "잘했군, 잘했어. 훌륭해." 를 큰 소리로
말해 버린다. 하지만 돈짱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전학을 가게 된다.
그렇게 졸업식이 다가왔다. 이대로 졸업을 하기엔 마음이 개운치 않아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일어나 외쳤다. 끝까지 다 이야기도 하기 전에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꼴불견이 되었지만 가슴은 후련하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고도 그동안 모르는 척 했던 마음이 조금은 씻겨나갔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용기가 대단하다.
집단따돌림이라는 문제에 대해 이 책은 우리에게도 "너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니?"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책속의 '나'처럼 우리도
계속해서 갈등하고 힘겨워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고 나서 마음이 불편한 책이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남는다.
"보고도 모르는 척 하는 건 그 애를 괴롭히게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여럿이서 한 아이를 아프게 하는 거라고.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냐?"
피해자인 돈짱, 모르는 척 하는 방관자인 나, 괴롭힘을 당하고 그 분노를 다시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것으로 푸는 야라가세..우리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고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모르는 척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라는 것, 이 사회는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어른과 아이가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도 더 이상 이 책을 모르는 척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더 많이 전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