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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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모습을 한 바닷가 마을을 풍경으로 한 아이가 옥상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해가 지고 저녁무렵이 되어가나 봅니다. 아이는 그렇게 홀로 서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으로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그림이 우리의 힘겨웠던 시절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그림 분위기, 우리의 아픈 역사를 들려주었던 <오늘은 5월 18일>의 같은 작가였네요. 이번에는 또 어떤 우리의 아픈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지 생각만 해도 가슴 먹먹해지는 '엄마에게'라는 제목을 보며 책을 들여다봅니다.

이 책은 밝고 환한 부분이 딱 한 장면 뿐입니다. 식구들이 비행기 소리에 놀라 모두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마당가에는 봉숭아가 한창이고,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있는 중이었나 봅니다.  전쟁이 시작되었지만 '나' 가용의 마음은 신기하고 놀랍고 무서우면서도 식구들이 모두 함께였기에 어둡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마음이 반영된 색이 그림 전체에 나타납니다.

전쟁이 나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하는 상황,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남고 엄마와 우리는 피난길에 오릅니다. 그런데 아빠 옷보따리까지 가지고 와버려서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빠와 나는 병원 버스를 타고 피난길에 오르지만 저 멀리 피난민 속에 엄마랑 동생들을 태우지는 못해 그렇게 엄마와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부산에 도착해 아빠는 병원을 세우고 환자들을 돌보시고, 나는 혼자 밥을 먹으며 엄마를 생각합니다. 봄이 오면 돌아갈거라 생각했는데 겨우리 다시 와서 집에 갈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엄마가 좋아하셨던 '봉선화' 노래를 부르니 엄마가 더 보고싶어집니다. 미국 친척을 통해 엄마에게 온 소포 안에는 사진과 봉선화 씨앗, 봉선화 녹음테이프가 있었습니다. 아빠와 나는 슬픔을 가슴에 담고 엄마를 생각하면서 제일 예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엄마가 보내주신 봉선화 씨앗을 뿌렸습니다.

아빠와 나의 사진은 다시 친척을 통해 엄마에게 보내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라도 엄마에게 소식이 전해졌기를 바래봅니다. 봉선화 꽃을 보며 엄마의 '봉선화' 노래를 들으면 정말 엄마랑 같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봉선화가 필때마다 나 '가용이'는 엄마가 더 그리웠겠지요. 어두움 속에 밝게 빛나는 봉선화가 언젠가는 그리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한평생 헌신과 봉사를 실천하신 장기려 박사님과 둘째 아들 '가용'의 슬픈 가족사를 담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부모님과 가족들을 북쪽에 남겨두고 내려와 평생 그리워하는 아픈 삶을 사셨을 장기려 박사님과 엄마와 헤어져 평생 그리워하며 산 가용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곁에 있어도 '엄마'라는 이름은 가슴 먹먹해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남북분단이라는 슬픈 현실로 서로 남과 북에 떨어져 만날 수도 없고, 평생 그리워만 해야하는 많은 이산가족 분들의 아픔이 다시 전해져옵니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봉선화가 핀 옥상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는 가용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납니다.

그림책의 앞면지에 있는 봉선화 씨앗들은 아마도 엄마가 가용에게 보내주었겠지요. 씨앗을 가용은 낡은 타이어에 흙을 채우고 뿌렸을 것입니다. 맨 뒤쪽 면지에 가득 피어난 봉선화는 가용이 정성스레 키워냈을 것이고, 그만큼 엄마의 대한 그리움도 매년 피어났을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가용의 아픈 마음과 슬픈 현실이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먹먹하게 다가오며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들에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현실임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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