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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새로운 소설과 몰랐던 신인작가의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제목은 ‘우리는 같은 곳에서’라는 단편 소설집이다.
박선우 작가의 첫 소설인 이 책은 꽃잎이 흩날리는 봄에도 너무 어울리고 특히, 가을의
스산한 바람에는 더 어울린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랑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사랑이야기하고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어딘가 외롭고 특이하며 스산하고 차가운… 무언가
다르다고 소개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너무 예쁜 표지와 사랑이야기의 단편집이라는 책 소개만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남녀간의 사랑
소설로만 예상했다.
요즘 에세이나 재테크 책만 읽던 나였기에 연애의 감정도 떠올릴 겸 집어든 우연한 소설집이
나의 마음을 이렇게 먹먹하게 할줄은 전혀 몰랐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주옥같고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나의 시선을 더 사로잡았던 이유는 퀴어한
주체들이 자기기만과 자기혐오의 덫에 빠지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사랑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었다.
더 나아가 무수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느 느낌이다.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사람을 만난날이 떠오른다. 초여름 저녁, 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내게 남겨진 장면들이 잇달아 떠오른다’.
첫문장부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소설에서 이부분이 굉장히 나에게 인상이 짙게 다가왔다.
외로운 밤 맥주 한캔을 마시며 읽은 ‘우리는 같은
곳에서’라는 그랬기에 더 좋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밤에 읽으면서 본 책이라 더욱 와닿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다양하고 독특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이전에 읽어던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에 다소 당황스러운 기분도 있었지만 책을 펼친 순간
이후로는 느끼지 못한다.
나에게는 다소 낯선 퀴어 사랑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이유는 소설의 문체와 배경을 설명하는 그 느낌이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짧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체. 이러한
문체로 탄생한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어떠한 소설보다 강력한 상상력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도록 흔들어놓는 마력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사랑이야기는 ‘나였으면 어떠하였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그만큼 몽롱하고 아련한 느낌이다.
사실 그러한 분위기라는 것을 글로써 옮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같은 곳에서라는 소설의 분위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진정 읽은독자만이 각기 느낄 수 있다는 나의 의견이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박선우 작가의문체로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도는 이 밤에 이 책과 함께하면 더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름답지만 먹먹하고 위태한 사랑이야기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했다.
소설의 첫 문장을 쓰기 직전까지 주인공의 성별을 고심했다는 박선우 작가의 소개글을 보면서 결코 쉽지 않았을 이야기를 써내려간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이소설로 인하여 다시금 읽게 되어 기뻤고 앞으로 이 소설을 계기로 우리의 사람사는 향이 짙은 소설을
전보다 더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