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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쓰레기과학』은 단순히 "분리수거를 잘하자"거나 "플라스틱을 줄이자" 같은 뻔한 환경 보호 캠페인을 나열하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던져버리는 쓰레기가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정치·경제적 메커니즘을 거쳐 우리의 삶과 지구 환경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아주 집요하고도 서늘하게 파헤치는 책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가 지금까지 진짜 환경을 보호하긴 했던 걸까?'라는 찝찝한 의문이 제일 먼저 든다. 우리가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열심히 씻어서 내놓았던 플라스틱 용기들, '친환경'이라는 달콤한 스티커가 붙어 있던 종이 빨대와 생분해 용기들. 이 책은 그 선의 뒤에 숨겨진 거대한 착시 현상을 가차 없이 꺼내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우리가 열심히 분류한 쓰레기들이 처리되는 '진짜 과정'이었습니다. 재활용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실은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더 많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교하게 디자인된 거대한 마케팅일 수 있다는 지적은 자못 충격적입니다. 실제로 수거된 쓰레기 중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못한 채 개발도상국으로 밀려나거나, 결국 매립되고 incineration(소각)되어 미세플라스틱과 유독물질로 우리 식탁 위에 다시 돌아옵니다. 쓰레기는 눈앞에서 사라졌을 뿐, 지구상에서 지워진 게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비관론에 빠져 손을 놓고 있게 만드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저자는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꼬인 쓰레기 문제의 실타래를 과학적 데이터와 정교한 논리로 풀어냅니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부터,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까지 아우르는 시각이 매우 균형 잡혀 있습니다.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환경 운동이 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지, 진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짚어줍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소비 습관과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힘이 있습니다. "내가 오늘 버린 이 쓰레기는 몇 년 뒤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진정한 환경 의식이 시작된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은 물론이고, "나 하나 노력한다고 뭐가 바뀔까?" 싶어 지쳤던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쓰레기통이라는 자그마한 구멍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눈앞의 깨끗함에 속지 않고 진짜 '지속 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올해의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