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요즘 고전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열풍이 너무나 반가운 사람중에 한명이다.

왜냐면 문학을 전공한 이유도 있지만 고전이라는 문학자체가 너무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큰 이유로 요즘 출간되는 소설도 물론 그러하지만, 고전이 출간된 당대의 시대상황에서 비롯된다.

현재만큼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다른사람들에게 당당하게 표현할 수 없던 시대였기에

많은 작가들은 소설을 통하여 풍자와 해학을 글로써 노출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또한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휴에 너무 재미나게 읽은 ‘걸리버여행기’ 또한 나에게는 그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선 걸리버여행기 소설의 구성과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총 4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굳이 4부작으로 왜 나누었을까 생각을 하였는데 소설을 다 읽고나니 이해가 되었다.

총 4 가지의 다른 각도에서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1부~3부 지나가는 동안 풍자의 강도는 점점 세어지며 인간을 닮은 괴수 ‘야후’가 등장하는 4부에서 절정을 이룬다.

앞서 말한 작가의 현시대상황에 대한 풍자가 글로써 이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는 대복이다.

1부의 릴리펏궁정은 참으로 재미난 기준으로 당파를 정한다. 구두 굽이 높은 굽이냐 혹은 낮은 굽이냐에 따라 당파가 갈라지는데, 이는 이 소설이 집필한 배경인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을 풍자한다고 한다. 추가로 릴리펏 궁정은 소인국을 의미힌다.

아주 사소한 일, 예를 들면 달걀을 어떻게 깨냐의 문제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을 암시하고, 걸리버를 대하는 군주를 묘사하며 아주 속이 좁은 인물을 풍자하기도 한다.

1부는 다소 짧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체의 배경을 소개하는 부분이기에 그런 느낌이다.

바로 이어지는 2부는 거인국인 브롭딩낵 여행기다. 릴리펏 궁정의 재미난 당파 싸움을 비웃던 걸리버는 거인국에서 도리어 조롱의 대상이 된다.

개인적으로 2부의 시작점을 알리는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진진하였다.

걸리버가 국왕을 상대로 도시를 날려버릴 수 있는 포탄을 제조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자, 국왕은 소인의 과도한 자부심을 비웃으며 벌레만도 못한 생각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2부가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의아하여 책소개를 살짝 참고해보니 과연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프트는 걸리버가 소인국에서는 거인이요, 거인국에서는 소인이 되는 것과 같이 인간의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말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이해하고는 더욱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다.

3부는 날아다니는 섬인 라퓨타 여행기로, 비실재적인 과학과 그 이론을 풍자하고 있다. 발니바비 섬을 식민 지배하는 라퓨타는 당시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을 나타낸다. 라퓨타 사람들은 실용성은 무시하고 오직 ‘학문을 위한 학문’을 추구하며, 이는 학술원에서 절정을 이룬다.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하려는 계획자, 맹인이면서 화가들을 위한 물감을 만드는 계획자 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나라를 발전시키려 하지만 현실성 없는 기술로 오히려 나라를 더욱 황폐하게 한다.

마지막 4부는 말의 나라인 후이늠이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가장 스케일이 크고 갈등이 클라이막스를 더해가는 4부여서 너무 흥미로웠다.

여기서는 말이 인간 같은 이성 있는 존재로 그려지며, 야후라 불리는 인간 같은 괴물들이 존재한다. 걸리버는 후이늠에서 법관, 의사, 정치가 등의 지도층 인사들을 사기꾼으로 매도하는데, 통쾌하면서 때로는 지나치지 않은가 생각될 만큼 날카롭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해학과 풍자가 4부로 하여금 최대치로 이루어지며 읽는 독자 입장에서 굉장히 통쾌하고 재미난 부분이었다.

이 소설을 단 몇줄의 이야기로 축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고 느끼는 바도 많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그리는 소설을 많지만 고전만큼 심리를 꿰뚫는 글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길고 긴 연휴를 이 재미난 소설과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다.

걸리버여행기를 시작으로 다시금 고전에 푹 빠지는 기회가 와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