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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가지 - 마음을 달래줄 캘리에세이
나하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부제는 ‘마음을 달래줄 캘리에세이’이다.
책을 펴는 순간 말 그대로 힐링이되는 너무 아름다운 캘리그래피와 함께 짧지만 굉장히 여운이 긴 에세이가 같이 수록되었다.
곧 도래할 어버이 날을 맞아 이 책의 ‘어머니’라는 주제의 에세이가 더 눈길이 갔다.
이 어머니라는 주제 하나만 보고 나와 엄마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캘리그라피의 힘인가 싶다.
일이 바빠서 자주 가진 못했지만 이번 어버이날 겸 휴무를 맞이하여 오랜만에 뵐 수 있었다.
사실, 어렸을 적에는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학교 다녀오면 나의 식사를 챙겨주고 주말에는 나를 위하여 시간을 보내주고 또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하여 일도 해야 하는 당연한 그런 존재.
하지만 성인이 된 나는 이제 알다. 그 일이 당시의 엄마에게는 너무도 힘들고 버거웠을 것이라는 걸.
늘 문제는 깨달음은 한참 뒤에 따라온 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엄마의 노고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왜 더 나를 위해 돈을 더 벌어오지 않고, 왜 나를 위해 시간을 더 내주지 않는지 불평만 가득했다.
또한 한창 클 나이에는 엄마의 품보다 친구 또래와의 시간이 더 즐겁기에 나의 인생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늘 부수적인 선택지였다.
한창 체력이 좋은 20대 초에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맛있는 음식, 좋은 여행지만을 함께할 생각만 하였지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나의 행동을 하늘은 괘씸하게 여겼나 보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엄마는 폐암 진단을 받으셨다. 이미 작은 세포가 폐 구석구석 퍼져있어서 CT상으로는 명백한 4기로 보인다고 하였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우리 엄마가 암이라니.
한달동안 재검사를 여러 번 하고야 너무 다행히 1기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당시 우리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이 너무 아팠던 것은 딸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엄마의 어설픈 모습이 나의 눈에 모두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엄마와 딸이라는 소중한 관계가 언젠가는 이별이라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이후부터 나의 생각과 행동이 많이 바뀌었다. 나의 삶에 대하여 엄마를 제 1순위로 여기며 살아가자라고 말이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너무 편한 관계라 가끔은 이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티격태격 하지만 항상 당시의 마음은 한 켠에 담아두며 살고 있다.
이렇듯 ‘올리브 가지’ 책의 짧은 캘리그래피 를 통하여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한 캘리그래피를 담고 있기에 기분에 맞게 상황에 맞게 이 책을 이따금씩 들여다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