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부아키라 저자의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다.
올해는꼭 인문학을 어느 때보다 열심히 독학을 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5년전부터 인문학이 재미에 푹 빠져있었는데 너무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만 찾는 습관이 생겼다. 이에 다소 어렵지만 낯선 분야에도 한번 도전을 해보아야겠다는 찰나에 발견한 특별한책이었다.
이 책은일본 근대 서양의 개념어를 번역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역사를 책으로 엮은 지식서이다
책을 읽기에앞서 책의 주제 배경부터 먼저 알아보고 싶었다. 일본이 서양의 사상과 학문을 받아들이게 된 19세기 근대화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책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선행학습인 셈이었다.
간단히배경을 설명하자면,
1839년 영국과 청나라간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자 아시아 전반의 국가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일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힘과 문명의 질서가 중국 대륙에서 구미 대륙으로 전환되는 광경을 본 일본은 자신들도 언제 다른 열강들에 의해침략을 받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얼마 후 일본의 근대화의 도화선에 불씨를 지핀 사건이 터졌다. 1853년 미국의 매튜 페리 제독이 이끄는동인도 함대가 일본 나가사키 항에 도착하였고 페리 제독은 군사적 우위를 앞세워 일본 정부의 개항을 요구한다.
일본은이 사건으로부터 일본과 구미 열강과의 기술적 차이를 깨달았고 일본도 이에 발 맞추지 않으면 독립국가는 커녕 열강의 식민지가 될 위기에 처함을 직감했다.
일본은서양 문물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당시 봉건제도 성격의 후진적인 막번 체제를 뒤집고
메이지유신을 통하여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천황 중심의 중앙집권적 체제로써 탈바꿈한다.
이로써일본은 아시아 최초의, 구미 열강의 후발주자로써 산업화에 착수하게 된다.
비록 일본은열강과 대략 반세기 이상 격차가 나는 산업화 후발주자였지만 19세기 중엽의 시기는
산업화의첫 발을 내딛기에는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유럽 국가의경우 기술적 발전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이전의 것들은 폐기되어야 했지만
일본은그 당시 어느정도 체계가 잡히고 정리된 기술을 받아들여 곧바로 적용시킬 수 있었다.
예로, 가스등에서 전기등으로 전환, 증기 에너지에서 전기 에너지로의 동력의전환은
이미 많은돈을 들인 기존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완전히 대체하는데 큰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이러한배경하에 근대화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던 일본의 지식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서양의 사상과 학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 의미를 적절하게 번역하고 보급하기 위해 일본 지식인들은치열한 고민을 시작되었고 바로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라는 책의 주제가 탄생된 것이다.
야나부아키라 저자는 그 지적 투쟁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사회,개인,근대,미,연애,존재,자연,권리,자유,그, 그녀등 10가지의 번역어들에 대해 실증적인 자료를 토대로 성립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급작스렇게 받아들이게 된 근대화 속에서 어떻게 번역어가 탄생하고 정착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밀듯이넘어오는 서양의 언어문화의 속도를 일본에서는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나 현상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당대지식인들은 한자를 새로 조합해 만들거나, 기존 사용하는 일본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번역을 시도하였다. 그렇게 하나의 원어에도 그 뜻을 표현하는 수많은 번역어들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였다.
이 책에서다루는 10가지의 번역어들은 모두 한국에서도 쓰이고 있다고 하니, 그성립 역사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재미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일본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은 고뇌를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 걱정과고뇌를 적절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추가해본다.
일반적으로어떤 번역어가 선택되고 살아남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문자의 의미로 봐서가장 적절한 단어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란 점만은 단언할 수 있다.
한 가지분명한 것은 번역어다운 말이 정착한다는 점이다. 번역어는 모국어의 문맥 속으로 들어온, 이질적인 태생에 이질적인 뜻을 가진 말이다.
이질적인 말은 어딘지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어딘가 어감이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말은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상태, 어긋난 상태 그대로 놔두는 편이 더 낫다. 모국어에 완전히 섞여버리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결코 쉬운주제는 아니었다. 읽고 또 읽어보아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검색을 하면서 독서를 해야할 만큼 어려웠다.
하지만앞서 말한 것 처럼 배경을 먼저 이해하고 책을 보니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읽혀 나가졌다. 더욱이 번역어에대한 상세 내용과 어떤 과정을 통하여 번역이 완성되었는지도 알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내가 공부를 해야 할 분야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번역에 대한 역사서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이 기회로 더 많은 분야의 정보를 습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