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그릿 - 진정한 용기
찰스 포티스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비밀독서단'에서 이 책을 소개받자마자 강렬하게 읽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열 네살 소녀의 복수혈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도 궁금했다. 서부시대는 야만과

낭만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학살과 약탈이 자행되고

교수형이 관광상품처럼 여겨지는 시대였지만 어느면에서는 열네살 소녀가

총잡이들과 강도, 살인자가 득실거리는 곳에서도 자기 할 말을 다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인간미가 있던 시대기도 하다. 만약 지금 이와 같은 일을 벌인

다면 복수하기도 전에 그 소굴에서 갈갈이 찢겨질게 뻔하다.

그 시대가 어쩌면 살인과 강도질에 있어서도 나름 대등한 관계에서만 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 했었던 것 같다. 잔인한 강도 살인자 '네드페퍼'

도 어린이와 여자는 해치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한 걸 보면 그 시절 인간미가

조금은 느껴진다.

당차게 아빠의 복수를 위해 어른들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매피 로스는 결국

그녀의 삶의 궤적을 그녀답게 홀로 당당히 그려간 모습이 더욱 인상깊었다.

노년의 그녀가 담담히 들려주는 아빠에 대한 복수 혈전, 유쾌 상쾌 통쾌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겼다.

결국 진정한 용기는 삶에 대한 고귀한 태도에서 나오는 미덕이다. 비록 시대가

그런 만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였지만 고귀한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자들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용기는 훌륭한 미덕이다.

지금 우리는 이런 용기를 너무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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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여행에세이를 읽었다..한동안 여행기만 주구장창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떠나리라.
현실의 누추함도 미래의 암담함도 다 던져놓고 가리라.
하지만 여행은 용기가 있어야한다. 앞을 생각하지않고 뒤도 돌아보지않을 용기..
내겐 그것이 없었기에 늘 책으로 만족했다..그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낯선 도시의

설레임이 정말 좋았다.
여행지의 정보를 주는 책보다는 그곳의 향기를 몸소 체득하고 그안에 오롯이 자신을

내주는 작가의 책이 좋았다.. 하루키의 외국체류기인 우천염천.먼북소리.슬픈 외국어와 같은

관광객의 눈이 아닌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그 도시를 담는 글이 좋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읽고싶은 여행기를 읽었다..

작은 골목길..낯선 외국인의 소소한 일상과 마주하며 작은 친절과 배려.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여행지의 일상처럼 받아들이며 느리게 느리게 디딛는 여행.. 참 좋다..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의 명료하면서도 느낌있는 문장들과 15년전 쯤 내가 꿈꾸던 삶의

이정표와 비슷한 방향성이 이 책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했다.
처음 읽은 김민철 작가의 책.. 내맘에 쓰윽 들어앉았다.
아마도 이 작가의 또다른 모든 요일...다시 내 손에 잡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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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푹푹 찌는 폭염에 정말 간절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고 몸부림치며 손에 든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내가 선택한 그 순간의 내 삶에 정말 만족했다.

나 역시 이 남편처럼 내가 이루지 못하고 얻지 못한것에 수많은 핑계와 이유를 만들어놓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것이 얼마나 비겁하고 나약한 것인지. 내 유일한 삶의

기차트랙위에서 스스로 내려와 놓고 기차티켓이 비싸다고, 승무원이

제대로 케어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내 뜻과 어긋나기만 하는

삶의 순간순간이 버겁고 아프기만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외면한것도

정말 하고싶은 것 대신 세상에 순응한것도 나였다. 오롯이

나의 결정이었다. 결국 그렇게 흘러온 나의 삶..

그렇게 나쁜 삶이 아니었다고, 의미없는 시간들이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있다.애써 외면하려했던 그 시간들 역시 내게 속한

나의 삶이었다. 8편의 철학 우화같은 단편이 이 폭염속에서

짜릿한 청량감으로 인생을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역시 여름 휴가는 책과

아이스커피와 선풍기 바람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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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철학자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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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 웰빙 열풍이 불었다. '잘 사는 것'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누구나 한번쯤 해본 이 고민을 나 역시 아이 엄마가 되면서

했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돈이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 여기며 부동산, 증권 등등 이런

책을 사모아 읽었다. 그러다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내가 책임져야할 또 하나의 삶이

생긴것을 자각하면서 삶을 보는 시각을 달리 했다.

어려서부터 물질적 결핍으로 인한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나는 행복의 필요조건은

경제적 안정이라 여겼다. 어느면에서 이것은 당연하다. 플라톤도 노년의 행복의 조건으로

남에게 손을 벌리지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

결핍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속의 빅터처럼 우리는 어느 예기치 않은 순간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사회속에 있다. 각박한 현실속에서 분노를 외부로 돌리고 일면식도 없는 약자를

향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하루에 한 번이상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빅터의 경우가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그럴때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버텨내고

견뎌내야 할 것인가?

 

"사실 다윈의 이론이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것이 삶을 보는 우리

시각을 결정했거든요. 삶이란 것을, 생존하기위한 싸움으로 인식하게 만든거죠.

살아남기 해선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다른 종들과 싸우고, 자연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거예요. 여기서부터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신념이 생겨났어요."

p 202

 우리가 근근히 버텨내고 있는 삶이 이런 인식속에서 출발 했다고 하면 지금 우리 사회의

이 각박함이 설명이 된다. 분명 자연은 진화되기도, 도태되기도, 돌연변이가 발생하기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은 잔인하게도

상위 1% 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며 나머지의 목을 죄고 흔든다. 자연계는 뒤의 1%가

자연스레 도태된다면 인간계는 99%가 언제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이다.

 

' 내 영혼아, 너는 한 번 추락하면 다시는 널 되살릴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 인생은 짧고, 네 인생은 거의 끝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너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너는 너의 행복을 타인들의 영혼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p 206

 

빅터의 정신적 모델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나온 말이다.

복수에 사로잡혀 인디언들의 정신과 삶을 차근차근 갉아먹기로 한 그가 어떤식으로든

대처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혼란을 겪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정당

한가? 이것이 최선일까? 결국 빅터의 오해로 인디언 마을 사람들은 고통을 당하지만

그들에겐 끝까지 끈을 놓지않는 엘리안타가 있었다. 도시인간들이 그들의 삶과 정신속에

이상한 마법의 힘을 부리듯 자신의 종족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괴롭게 지켜보며 싸워나가는

그녀가 결국 빅터의 정신도 구원한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 자기 신체 소리를 듣는 것,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 것, 자신을 감정을 다스리는 것,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들을 이해하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 그들로부터 존중받는 것,

다른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 자신의 두려움을 이해하는 것, 자신을

초월하는 것, 삶 자체를 기뻐하는 것,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것등을 배우는 거야."

p 240

빅터가 인디언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아야할 것들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가르치려 애써야 할 것 들이었다. 나부터도 다시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 안에 쌓아야할 자양분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불행한 곳인가 알 수

있다. 인디언들을 해치기위해 그들에게 뿌리내리려는 삶들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인것이 정말 슬프다.

거울로 비추듯 우리의 아픈 곳을 구석구석 되새겨준 작가에게 감사하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잃어버리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각성시킬 수

있는 삶의 처방약과도 같은 이 책이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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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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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가 칸에서 주목받고 영화 개봉과 동시에 흥행을 이어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늘 불편하게 봐왔던지라 그닥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우연히 원작 소설을 알게 됐고 오히려 책이 더 마음을 끌었다.

800여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가 주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았지만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묘사되는 색다른 시공간의 낯선 끌림이

1부까지 쭉 읽어가게했다. 낯설지만 익숙한 사건과 인물들의 대립관계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높여가게 했다.

서로 속고 속이는 반전속에 1부에서 수잔이 정신병원에 갇히고 2부에서 모드와 수의

뒤바뀐 운명을 알아가는 과정도 술술 익혔다.

영화속에서 아가씨와 하녀의 동성애적인 사랑이 꽤나 회자 되었던 모양인데

원작속에서는 딱 필요한 만큼 그 장면에 어울릴 만큼 묘사되었다. 내가 영상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이유다. 어느면에서는 책이 더 에로틱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표현이 눈에 확연히 보여지는 영상보다는 훨씬 아름답게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

책의 장점인듯 하다.

결국 모드는 석스비 부인의 딸로 수전은 숙녀를 어머니로 둔 뒤바뀐 운명을 찾아가고

그들을 이용했던 젠틀맨을 석스비부인이 죽임으로써 그 둘에게 속죄하는 결말을

맺었다. 모드와 수전이 폐허가 된 저택에서 조우하면서 그들의 운명과 사랑을

함께 이어가는 듯한 장면으로 소설은 끝났다.

이야기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장편의 분량을 이어가는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에는

꼭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치 내가 영국 런던의 뒷골목과 정신병원을 직접 체험한 느낌이

들정도로 생생한 묘사로 보여주었다.

빅토리아시대 소설 3부작을 모두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이다. 동성애코드역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잘 그려내고 있어서 국내소설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색다른

소설읽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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