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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평점 :

저 포함해서 이 책을 선택하신 대부분의 독자들은 화 재앙의 책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 몇 페이지 읽자마자 기묘하고 낮선 공포분위기에 금방 당황하실 것입니다
이전에 일본 대표 공포 만화 작가 이토준지의 만화책을 즐겨 읽었던 독자라면 책속에 담긴 기괴한 공포 체험에 열광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독자라면 약간의 적응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 다행스럽게도 이토 준지 만화가의 만화 단행본을 밥 먹듯이 봤기에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토 준지가 만화가 아닌 소설을 썼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상상하면서 읽었죠
띠지에 이토 준지의 추천사가 들어가 있는데 왜 들어가 있는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충분히 납득이 되고도 남습니다
이 책은 일곱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입니다 각 단편들은 사람의 신체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첫번째 단편인 식서는 입을 그리고 두번째 단편인 미미모구리는 귀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쇼킹하고 인상적이었던 6번째 단편 머리카락의 재앙은 말그대로 머리카리를 소재로 하고 있죠
이런 소재 구성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단순 스토리로 위주로 읽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담고 있죠 아마 스토리 요약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헷갈리지만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공포감을 선사해준다는 점에서 전 일단 높은 점수를 이 작가분과 이 책에 드립니다
아무나 다하게 추천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난이도를 갖고 있긴 하지만 경험상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싶네요
어떤 사람한테는 이상한 시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저처럼 약간은 매니악적인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과는 이 책 한권으로 금방 친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 단편 미미모구리는 만화화 되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귓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을 조정하는 스토리가 어떻게 만화적으로 표현되었는지 약간은 기대도 되고 궁금도 하네요
작품 하나하나가 기괴한 난이도를 갖고 있어서 영화 또는 드라마 제작이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으면서 느꼈던 상상속 공포감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은 감정도 큽니다
만족보다는 실망감이 더 클수도 있겠지만도~
대중적인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 재앙의 책을 출간해준 검은숲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확실히 예전의 검은숲 출판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 읽기전에 봤던 검은숲 출판사에서 나온 캐트리오나 위드 작가의 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도 일반적이지는 않았죠
앞으로 검은숲에서 어떤 책이 나올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다음 작품도 심상치 않을 것 같네요
다음에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만나야겠죠
물론 아무리 단단히 준비해도 우리는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 앞에 좌절할 것이 뻔하겠지만 전 다음 만남이 기대됩니다
아마도 제 예상이지만 다음 작품은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일본SF대상을 동시에 받은 그의 대표작으로써 두편의 단편과 한편의 중편으로 구성된 잔월기가 될 확률이 매우 높겠죠
부탁드립니다 검은숲 출판사 관계자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