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칼 융의 힐링 마인드 스토리
최금락 지음, 정재훈.이시혁 그림, 유광남 기획 / 스타북스 / 2019년 5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범죄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사건을 일으키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정신적인 병의 종류와 증상은 무엇인지,

그 치료법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실체를 알고, 혹시 나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최근에 BTS 덕분에 칼 융의 심리학이 각광받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 페르소나 등의 다양한 이론들이 일리가 있고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칼 융의 이론이나 용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다양한 정신 병리의 증상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은 책이다.

피해 망상, 공황장애, 신체변형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편집증, 해리성 장애, 우울증,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안겨준 세월호 트라우마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모든 이야기는 칼 융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만화로 구성되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각각의 정신 병리 증상들 중에 나와 비슷한 부분들도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어느 선을 넘어가게 되면 병리로 구분이 되는듯하다.

책의 제목이 이런 뜻이었나보다.

또한 융의 이론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융 어록이라는 코너가 있다.

물론 이 짧은 글들로 그의 학문을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칼 융의 기본 개념들을 잡고 가기에는 더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시다 히로미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9년 5월

이 책은 기시다 히로미 씨의 인생 이야기이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이 말은 그녀의 딸이 그녀에게 한 말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딸은 엄마에게 저런 말을 했을까.

예상치 못한 일이 시작되었다.

저자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은 둘째 료카 군을 출산하면서부터였다.

료카군은 다운증후군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남편과 사별했다.

이것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크나큰 불행이다.

통계를 보면 배우자의 사망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또한 장애 아동을 키우는 경우 부모는 아이의 다른 점과 힘든 일을 매일매일 재확인하는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이 부분까지 읽는데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찾아온 대동맥 해리라는 증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만다.

스스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고통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녀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처지를 비관하고 슬퍼하는 엄마에게 딸은 죽고 싶으면 죽어도 된다고 했단다.

그렇게 말해줄 수밖에 없는 딸의 입장이 이해가 되어서 눈물이 났다.

책을 읽으며 저자 자신도 무척 힘들었겠지만 딸의 고통도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이지 않은가. 어린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을 것 같았다.

딸의 한마디에 다시 살아야 할 용기를 얻은 엄마는 지금까지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강연을 다닌다고 했다.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책의 띠지에 휠체어에 앉은 엄마와 그 엄마와 꼭 닮은 딸의 사진이 있다.

그녀들의 미소 띤 얼굴이 더욱 희망차게 느껴진다.

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내가 참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이 나왔다.

사실 예약판매를 한다길래 일찌감치 사두고 이제야 봤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일수록 조금은 아끼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그래서 나의 책장엔 아직 읽지 않은 미완의 세계가 가득하다.

(읽기를 미루는 게으른 습관을 조금 포장한 느낌도 든다.^^;)

나에게는 여행이라는 것도 나의 책장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어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으로 떠난 작가님의 추방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여행 이야기에서 추방이라니 당사자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을 테지만 읽는 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진짜 여행 이야기와, 그보다 더 진짜인 인생 여행과 같은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유일하게 본 몇 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알쓸신잡이었는데, 이유는 유시민 작가님과 김영하 작가님이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안 써도 뻔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도 뒷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재미가 쏠쏠했다.

작가들은 세상을 이렇게 보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다 보는 것을 글로 잘 풀어내는 것인지,

두 가지 모두가 정답이고 그 이상의 모든 것이 정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많은 경험이 지혜의 원천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 중에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비록 내가 아닌 타인의 여행이겠지만 읽고 상상하고 느낌으로써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은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내 발을 디디는 날에는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한가지 더 보태어 적어보자면 다른 사람의 과거와 추억여행은 책을 읽어야만 갈 수 있는 여행이다.

그와 더불어 저자의 가치관과 시선이 어떠한지 함께 느끼고 배우는 것이 나는 좋다.

앞으로 나는 어떤 여행길을 걷게 될까.

쉽게 배우는 고양이 가정의학

쉽게 배우는 고양이 가정의학 - 오직 한 번뿐인 묘생을 위하여
노자와 노부유키 지음, 임지인 옮김 / 삼호미디어 / 2019년 5월

우리 집에는 올해 6살이 된 아저씨 고양이가 살고 있다.

예뻐해 주는 것은 실컷 해줄 수 있고

사료나 간식도 좋다는 걸 먹일 수 있다.

다만 문득문득 나이 들어가는 녀석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40대에 접어든..어느새 내 친구가 되어버린 고양이다.

그들의 세상 속에서는 시간이 아주 빨라서 금세 50대, 60대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슬퍼진다.)

그래서 읽게 된 이 고양이 가정의학 책은 참으로 유용한 책이 아닐 수 없다.

크게는 생활과 건강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고,

그 하위로 세분화되어 고양이의 식사나 정서관리, 주거환경 등의 생활정보와 건강검진이나 질병에 관한 건강에 관한 정보가 담겨져 있다.

나는 특별히 식사 부분에 관심이 많다.

제때에 잘 맞게 잘 먹는 것이 건강의 시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고양이는 생선을 먹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등어나 문어, 오징어 등의 식품은 장기간 섭취하면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놀라웠다.

다양한 사료의 종류들도 보기 쉽게 구분되어 있어서 좋았다.

고양이의 질병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곳곳에 고양이 사진들이 가득해서 눈이 호강한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다.

인터넷으로 매번 검색해보고 같은 주제 다른 내용들이 있거나,

올바른 정보를 찾아도 자꾸만 잊어버리고 또 찾아보고는 했는데

이 책 한 권을 책장에 보관하고 있으면 다시 찾아보기도 수월할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 …인성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손수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5월

카피라이터 손수현 작가의 새로운 에세이집이 나왔다.

주제가 참 재미있다.

우리는 흔히 나쁜 의미로 이중인격자라는 말을 쓴다.

또 흔하게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상반되는 뜻이지만 살아가는 누구나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누구를 만나는지 그 대상에 따라, 사회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우리는 기꺼이 '다중이'가 되어 살아간다.

물론 병리적 다중인격 소유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사중인격 이라는 말은 우리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나는 사람들의 이면이 너무 재미있다.

대체적으로 완벽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허당스러운 면을 발견할 때도 친근하고, 반대로 늘 농담만 하는 것 같은 사람이 의외의 꼼꼼함이나 남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거나 하는 면을 발견하면 새롭다.

우리는 타인의 작은 단편 하나로 그를 평가하거나 단정 짓는 일이 많다.

한가지 일로 판단하기 전에 다른 면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책을 읽으며 잔잔한 작가의 일상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가족 이야기, 일 이야기, 반려묘 이야기들..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이야기 같기도 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좋다.

책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사중 인격일까 오중 인격일까.

내 안에 몇 갈래의 내가 있든 그 갈래의 처음의 시작은 올바른 나, 긍정적인 나 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