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 스물아홉 개의 디저트로 기억하는 스물아홉 번의 여행
길정현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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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제목을 보고 오해를 했다.

아니, 영역 동물인 고양이를 데리고 세계 여행을 했다고??

역시 나의 오해였다.

고양이들은 낯선 곳에 가면 스트레스를 무척 많이 받는 동물이다.

애묘인인 저자가 그럴 리가 없었다.

이 책은 저자가 다닌 여행 이야기와 그 여행지에서 즐겼던 티타임을 자신의 집에서 재현한 책이다.

홈 카페 이름이 라미 감자 카페라고 하는데, 나 역시 무엇이든 이름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단번에 공감대 형성이 되었다.

라미는 저자의 닉네임이고 감자는 저자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다.

이 녀석은 잘 무는, 좀 성격 있는 고양이 같았다.

잘 물고 앙칼진 구석이 있지만 안 봐주면 또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고 하니 정말 묘한 구석이 있는 녀석 같았다.

저자는 여행지에서 즐겼던 차와 음식들을 티 테이블에 올려두고 맞은편엔 고양이 감자가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매번 배경은 같은데 테이블 위의 음식과 고양이의 표정이나 동작들은 달라지니 이 또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계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반려동물과 이렇게도 추억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따라 해 보고 싶었다.

(가끔 인터넷에서 어릴 적 옷차림과 포즈 그대로 성인이 되어서 재현한 사진들을 보면 그렇게 재미있고 훈훈할 수가 없다.)

저자는 여행을 참 많이도 다녔나 보다.

그 에너지와 열정이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아마 '나만 고양이 없어' 하는 상황이 되었으면 저자가 고양이 집사라는 것도 부러울뻔했다.

                              

하지만 나도 있다. 고양이.ㅎㅎ(표지처럼 찍어보았다.)

올해 8살이 된 우리집 고양이와도 저자처럼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제목처럼 티 테이블 위에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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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차린 사계절 저장식 - 제철 재료로 만든 피클·장아찌·병조림 60
손성희 지음 / 리스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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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참으로 경이롭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제철 재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을 오래 보관하고 싶어 저장을 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 실패할 때가 있다.

기껏 열심히 만든 저장 요리에 곰팡이가 끼어있다든지, 청을 만들려고 했는데 식초 맛이 난다든지 하는 ㅜㅜ..

그렇게 되면 만든 공이 있어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 같은 사람들은 이 책을 보자.^^

                     

저장식과 관련된 책이라 그런지 재료와 육수, 도구에 대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나 나는 저장용기에 대한 정보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돌려따는 뚜껑식 유리병을 아주 선호했다. 이게 가장 밀폐가 잘 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분 탓이었다. ^^;;;

(자세한 내용은 책에 적혀 있다.)

새로운 병들을 더 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예전에는 긴 시간 보관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저장 식도 아주 짜거나 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

조금 덜 짜게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한동안 맛있게 즐기면 된다.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피클이나 장아찌와 같은 저장식들은 물론이고, 계란장이나 아보카도장 같은 새로운 저장식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달콤한 디저트로 사용할 수 있는 달달한 병조림까지 수록되어 있다.

책을 보면서 밥이랑 요거랑 있음 두 그릇도 뚝딱이겠다~ 하는 맘이 자꾸만 들었다.

어서, 뭐라도 따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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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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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 버지니아 울프입니다.

이 사람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개척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느 날부터인지 그녀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따금씩은 늘 써 왔던 말들이기 때문에 그녀라는 말을 적기도 하지만 이내 지워버립니다.

굳이 그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설명이 다 되니 말입니다.

이 책은 읽을지 말지 참 고민을 해왔던 책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찬란하면서도 암울하게 느껴집니다.

이 똑똑한 사람이 여자이기 때문에 겪었을 수많은 일들과 그 감정을 책을 읽는 동안 느끼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1929년에 출간된,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어나지 못한 재능들이 얼마나 많을지, 책을 읽으며 갑자기 허난설헌이 생각나기도 했지요.

재능이 있어 오히려 불행했을지도 모를 삶들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백여 년이 지나 2020년을 살고 있는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느껴집니다.

100년 전처럼 잠긴 문밖에 갇히는 일은 드물지만, 대신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가로막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이 책을 보는 여성들은 슬프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훗날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아주 미개한 시대였군." 하며 혀를 끌끌 차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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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 - 평균 나이 115세 인생 초고수들의 이키가이 라이프스타일
헥토르 가르시아.프란체스크 미라예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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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 곱게 늙은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엔 (사실은 한 서른 즈음까지도) 나이가 드는 것은 고요하고 정적인 일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조용조용하게 나이가 들어가는 느낌이 막연하게 떠오르곤 했다.

이제 나는 마흔이 넘은 나이가 되었다.

지금은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과 이제는 정말 아플 일만 남은 게 아닐까.

세상으로부터 도태되는 것이 아닐까. 평균수명은 긴데 나는 그날까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할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나이 들어가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배우는 것이 남은 생을 위한 투자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평균 나이 115세 오키나와 노인들의 생활방식과 마음가짐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리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을 책에 담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가 일본인이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욜로'나 '휘게'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는 것처럼 이들은 '이키가이'라는 말에 굉장한 의미를 가지는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키가이'를 직역하면 '살아가는 보람'이라는 뜻이다.

이는 어떠한 직업적인 성과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철학인듯하다.

책 속의 다양한 심리 테라피에 대한 정보 및 분석도 흥미로웠다.

조금씩 방법이나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의 목표는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편안한 미소의 오키나와 할머니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른들 말씀 틀린 것 하나 없다는 말이 살면서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르침을 본받아야지.

오래 사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없지만 나를 좋아하고 아끼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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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이효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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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감탄을 했다.

제목이 서정적이기도 했거니와 표지 그림 속의 풍경은 쉽사리 책을 펼치지 못할 정도로 내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선생님이다.

외과나 내과 등등 신체를 고치는 의사가 아닌 정신과 의사다. 그것도 도심 외곽에 위치해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그런 런 병원의 의사선생님이다.

도시 외곽의 정신과라고 하면 사람들은 의례히 어떤 안 좋은 이미지를 상상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공포영화나 스릴러 영화의 배경이 정신병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신질환자들에게 가해졌던 폭력 같은 것이 떠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치가 그러했고, 그보다 더 이전엔 환자들이 마녀사냥을 당했다. 이 외에도 정신질환자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참혹하기 그지없다.)

저자는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이 무척 속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치료법이나 어떤 정보를 담은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이고, 일상이 병원에서 이루어지니 당연히 병원 이야기가 많다.

책 속에 미친0 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말이 있었다.

조현병에 대한 혐오 발언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듯했다.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는 병원에서 생기는 일들,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자가 하고 싶은 바른 말들도 많았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비가 온 후를 계속 걷다 보면 바닥은 젖었을지라도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일 거라는.. 그런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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