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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평점 :

저자는 깊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는 저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런 그를 밖으로 꺼내 주는 것은 자연이고, 자연에서 치유를 받는다.
동식물 학자, 지질학자, 디자이너,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 수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자연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는듯하다.
책의 표지와 책 속의 사진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자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이 된다.
우울한 마음을 털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 저자를 뒤따라간다.
그 길은 10월부터 시작되어 이듬해 9월이 되면 끝나는 1년의 여정이다.
오두막집과 오솔길.
같은 배경 속에서 계절이 지남에 따라 저자의 심리상태는 계속 변화하고, 자라나는 식물들도 달라진다.
저자의 시선은 매우 다양한 것을 포착할 수 있다.
여느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아 그것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길에서 조심스레 채집한 것들을 주욱 나열하여 찍은 사진들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예쁘다.)
저자는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간들은 자연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정신질환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바로 자연과 멀어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마음속에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낀다.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때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계절성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나 역시 갑자기 세상이 낯설어져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저자처럼 오솔길을 걷는다.
산 입구에 들어서면 산 공기가 훅 하고 나에게 다가올 때 ''이제는 좀 살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이 나에게 위로를 해 준 것 같아 고맙다.
산속에서 책을 읽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어릴 적 집 옆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꽤 큰 호두나무가 여러 그루 살고 있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책을 보곤 했었는데, 책을 읽다 보면 금세 해가 뉘엿뉘엿 져 아쉬운 마음으로 나무에서 내려왔다.
오랜만에 이 책을 보며 그때의 기분을 느꼈다.
저자와 함께 영국의 숲속을 모험하는 기분이랄까.
반절 정도는 산속에서 읽었지만 결국 다 읽지 못해 집에 와서 읽어야 했다.
아쉬운 대로 유튜브로 자연의 소리 asmr을 들으며 책을 읽으니 그런대로 분위기가 좋았다.
바람소리,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짖는 사슴이 뛰어간 자리, 옹기종기 모인 무당벌레, 상쾌한 흙 내음..
많은 것을 담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