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책 서평을 쓰기 전에 앞서 말하자면 나는 종교에 귀의한 분들의 강연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말만 뻔드르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깊은 통찰에서 오는 지혜의 말씀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을 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지 않고 반발심을 갖게 하는 경우들을 왕왕 보았다.
(내가 너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래전 '무소유'라는 책이 굉장한 인기를 끌어 이 책 또한 그런 책이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궁금증을 못 이기고 결국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고 '아, 이런 게 불교의 가르침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얻었다.
그렇게 무소유는 우리 집 책장에 고이 모셔졌고 지금도 간간이 펼쳐보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진짜 나를 찾아라.'라는 책은 망설임 없이 선택해 읽게 되었다.
법정 스님께서 타계하신지 벌써 14년이 되었었음에도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요즘처럼 영상으로 기록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은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록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전국을 돌며 해주신 말씀들을 책으로 엮었다.
한꼭지 시작할 때에 오른쪽 상단부에 언제 어디서 한 강연인지 적혀 있는데,
나는 1979년 부산중앙성당에서 하신 강연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책 속에 이 강연을 하실 때 시대의 흐름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데, 이 강연이 있던 해에 부마항쟁이 일어났다.
그 격동의 세월 한가운데 법정 스님이 계셨고, 날카로운 통찰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분의 말씀으로 이어져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그 시절에도 이렇게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셨는데
작금의 현실을 보셨다면 얼마나 슬퍼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강연의 다니실 때의 시대도 야만의 시대였는데..
지금도 또다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하였기 때문이다.
진짜 자신을 찾지 못하고 허상을 좇는 사람들.
(나 포함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에 울컥할 때가 많았다.
슬퍼서 혹은 뭔가 깨달음을 얻어서 그리고 스님의 말씀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생각이 필요할 때에는 책을 잠시 덮고 표지 속의 법정 스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떤 문장을 읽었느냐에 따라 스님의 눈매가 서릿발 같기도 했고, 세상을 사랑한 승려로도 보였다.
이 책을 읽고 마음 깊이 와닿은 문장을 서평에 한 줄만 적어보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너무 많은 문장들이 진실과 통찰, 지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어야겠다.
(다 줄 쳐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누군가는 법정 스님께서 더 이상 책을 출간하지 말라고 하고 돌아가셨는데
왜 책을 내느냐 하며 스님의 뜻을 거스르는 출판사를 욕하기도 한다.
그분들의 말씀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런 보배 같은 말씀을 그냥 묻어두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나부터도 이 책을 읽고 삶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인세로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하니 (장학금이나 기부 등등)
긍정적인 부분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