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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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정체는 과연 무얼까.

표지에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이 분은 대체 무얼 하는 분일까.

엄청난 기대감에 휩싸여 책을 펼쳤다.

70대의 박삼술 할아버지는 손녀의 국어 공부를 맡게 되었다.

손녀는 썩 맘에 안 드는 친구 녀석을 데리고 와 함께 공부를 한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거대한 재난이 닥쳐오고,

우리의 박삼술 할아버지는 주인공답게 온갖 난관을 헤쳐나간다.

그 와중에 계속되는 국어 수업 ㅋㅋㅋ

이제는 손녀뿐만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수업을 들어야 한다.

심지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등장인물들도 있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공무도하가, 도산십이곡 등등,, 제목만 들어도 '읽기 싫다.'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었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 운문들이 굉장히 재미있고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은 고등학교 국어선생님께서 무려 5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역작이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재미있는 내용일 때에는 눈을 반짝이다가 지루하다 싶으면 멍~ 해지는 모습을 보며 국어를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었다고 ..

그래서 재미있는 만화 형식으로 고전 운문 편을 완성하셨나 보다.

국어 선생님이신데 그림도 매우 훌륭하다.

온갖 패러디가 난무하는 재미있는 고전의 세계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만들어주신 노재승 선생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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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생일잔치 - 정해진찬의궤로 보는
박현정 지음, 한용욱 그림, 김윤희 감수 / 선한능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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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리나라는 기록의 민족답게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약탈되거나 전쟁 중 소실된 부분들은 늘 안타깝다.)

이 책은 '정해진찬의궤'의 내용에 근거하여 만든 어린이용 책이다.

(물론 나처럼 어른이 봐도 좋다. 매우 좋다.ㅎ)

'정해진찬의궤'는 정해년(1887년) 경복궁에서 있었던 신정왕후 대왕대비마마의 팔순잔치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는 실제 있었던 조선 왕실의 생일잔치와 그것을 기록한 의궤에 관한 "소중한 가치"를 잘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소중한 가치"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

책의 시작은 신정왕후 대왕대비마마의 생일잔치 초대장부터 시작한다.

역시, 생일의 시작은 초대장이다!

잔치 이름과 날짜, 장소, 주의할 점들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도 드레스코드가 따로 있었는지 미리 알려준 잔치옷을 입고 오라고 써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구분해서 앉는다는 등의 자세한 아주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잔치의 주인공은 신정왕후 대왕대비마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선우와 옥이이다.

각자 궁궐에서 하는 일들이 있는 어린 일꾼들인데 고양이가 소중한 물건을 물고 가며 사건이 시작된다.

역사와 관련된 책이라고 아이들이 지루해할 법도 하겠지만 이 책은 전혀 지루할 새가 없다.

마지막 부분에 정해진찬의궤에 대해 더 알아보는 코너가 있다.

요즘 만들어진 최신 책답게 QR코드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QR코드를 찍으면 어린이정해진찬의궤 위키에 연결이 된다. 아주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증이 잘 된 한국적인 그림들도 참 어여쁘다.

마치 내가 잔치를 준비하기도 하고 초대가 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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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어디에나 있어요 - 개가 내게 가르쳐준 ★ 정말로 소중한 것들
신시아 L. 코플랜드 지음, 김선영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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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절하게 이 책을 읽었다.

나는 몸도 마음도 너무 심하게 아파서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함에 잠식이 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내가 처한 상황'으로 변모되면서

불안함과 미래에 대한 막연함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스스로 괜찮다 괜찮다 다독일 수가 없을 만큼 나는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우울함의 가지는 끝도 없이 뻗어나갔다.

심지어 이번 겨울이 너무 춥고 스산하다는 생각이 들어 몸과 마음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귀엽고 예쁜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하고 이 책을 펼쳤다.

책에는 저자와 저자의 개 이야기, 그리고 귀여운 멍멍이들의 사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귀여운 모습, 익살스러운 모습, 활동적인 모습, 감동적인 모습들까지..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과 함께 우울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은 아래의 짤막한 글귀들이었다.

사계절이 있는 곳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니.. 춥고 스산하다고 불평했던 나는 무엇?

"나쁜 날씨? 세상에 그런 건 없어요."라든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현실을 열정적으로 사는 견공들의 입장에서 저자가 쓴 글이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

어제의 일을 후회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는.. 현실을 낙천적으로 열심히 살아내는 것. 개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인간은 왜 그런 것들이 그리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어디에나 있는 기쁨을 다시 한번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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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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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고 있자면 여유롭고 한가하기 그지없다.

길모퉁이에 있는 'Coffee from Heaven' 카페는 햇살을 받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담벼락엔 고양이가 늘어져 자고 있고,

길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길을 건너 카페로 들어가려고 한다.

책을 읽은 후의 표지 감상은 조금은 달라진다.

이 표지 안에 주인공들이 다 들어 있었구나 하면서 혹시 그때의 그 장면일까? 하고 기억을 더듬게 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이력이 색다르다.

신학대를 자퇴한 형사와 법의관이었던 목사, 이 둘은 맞지 않을 듯 꼭 맞는 케미를 보여준다.

사건은 어느 노숙자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언뜻 작은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체를 알고 보니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여러 사람들이 얽힌 슬프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책 속에는 각기 다섯 가지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사연과 스토리 같지만 사실은 거대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곳곳에 위트 있는 부분들도 많았고, 우리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사소한 불편함에 대해 주인공이 불평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 주인공이 실제 인물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법이 무엇인지, 종교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5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소설 공모전에서 웹 소설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괜히 상을 주는 게 아니로구먼.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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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안부
성현주 지음 / 몽스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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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었구나 하고 독후감을 쓰려는데 다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책을 읽으며 너무 처절했다.

저자 성현주 님의 고통과 슬픔이 처절했고, 나 역시 자식의 아픔을 감내해 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일이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몰아닥쳐 처절했다.

그 슬픔은 어찌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다리를 버둥대고 가슴에 멍이 들도록 주먹질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애끊어진다, 창자가 끊어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이별을 하게 된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순리라는 것이 있는데,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경우에는 이렇듯 커다란 상처와 그리움을 남긴다.

그 순리에 어긋나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자녀를 먼저 보내는 일이다.

건강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투병생활을 하다가 하늘로 갔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엄마는 아이와 함께 했던 그 짧았던 기간 동안의 추억과(행복과 슬픔 모두를..) 대단한 사랑을 책에 담았다.

다시 마주하기 힘든 시간을 책으로 담은 저자는 참으로 대단하고 장한 엄마였다.

슬프고 힘든 와중에도 시종일관 타인을 두루두루 살피고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를 존경하게 되었다.

저자 소개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고도 여전히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문구가 마음을 휘젓는다. 사는 순간순간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들이 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편안해지시길..

나는 언젠가는 모두 다시 만나게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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