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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넌 누구냐?' 거울 속의 나에게 묻는 말이에요.
언제부턴가 조급해지고 버럭 화가 치밀 때가 많아졌으니, 한때는 스스로 화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무던했던 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과거에 나는 이랬는데...라는 식의 핑계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미 변했고, 변해버린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문제들을 전부 남 탓하다가 성질 고약한 외톨이로 남을까봐,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이런 고민에 빠져 있던 나에게, 마치 해결사처럼 등장한 책이 있었으니, 영국 공인심리치료사 안젤라 센의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였네요. 마음 안에 화가 늘어갈수록 다정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 '다정해지자!'라는 다짐을 했었거든요. 근데 다정해져야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말과 행동이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네요. "마음이 힘든 때일수록 나 자신과 연결되어야 한다. 내 안의 다정함과 연결되어야 하고 내 안의 안전지대와 연결되어야 한다. 나의 미운 모습과 불편한 감정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74p) 다른 사람들에게 다정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나의 미운 모습과 불편한 감정 때문에 나에게 다정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모두에게도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저자는 지치고 상처받은 나 자신을 향한 다정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다정함은 선택, 그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며, 우리는 다정해서 강해질 수 있고, 강하니까 다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에 기대야 하는가, 불신과 불안에 흔들리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소통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의 해답은 다정함이네요. "다정함이 해답이 되는 이유는 실제로 다정함이 나 자신을 과거의 고통에서 구해주었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심리치료사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다. (5-6p)
영국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과 회의에 빠진 저자를 구해준 것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해주는 동료 치료사들이었고, 그들은 국적, 인종, 종교가 제각각 다르지만 같은 고충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며 끈끈한 동지애로 뭉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삶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 모두를 연결해주는 거대한 연대감이 형성되면서 개인과 공동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다정함을 선택했고, 우리에게도 다정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간혹 다정함을 약한 것으로 오해하고, 나의 다정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한 갈등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단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먼저 나 자신을 향한 다정함부터 시작해 메말랐던 마음을 조금씩 다정함으로 채워보려고 해요. 무엇보다도 SNR 기법, '멈추기 (STOP) - 알아채기 (NOTICE) - 대응하기 (RESPOND)'에서 멈추는 것부터 연습해야겠어요.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158-159p) 라는 백무산 시인의 <정지의 힘>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