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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찌 마음을 탓하리오.
아무리 어려도 사랑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고요.
그 마음을, 그 순간을 놓쳐버리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음을, 그것을 몰랐을 뿐이네요.
운명, 사랑 그리고 시대 비극이 뒤섞인 이야기 속에서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먹먹한 슬픔과 아픔을 느끼는 시간이었네요.
OO은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OO은 겁쟁이였다.
바보 천치였다.
OO은 늘 두려워했다.
(41p)
크리스털 하나 김 작가의 《네가 나를 떠나면》은 이민 2세대인 저자가 외할머니가 겪었던 한국전쟁과 피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 시절을 교과서에 적혀 있는 한국현대사의 한 대목으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지만 직접 들을 기회는 없었거든요. 어쩌면 그분들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였을지도...
소설은 1951년, 열여섯 살 해미의 이야기로 시작되네요. 난민촌에서 해미는 고향 친구인 경환을 만나면서 힘든 일상 속에 작은 일탈의 기쁨을 알게 되지만 경환의 사촌 형 지수의 등장으로 세 사람의 운명은 엉키고 말았네요.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사람, 곁에 있어도 점점 더 멀어지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하는 사람이 있네요.
"당신은 불행하잖아."
(···)
"아까는 당신 말이 맞았어요. 뭔가 잘못됐어요."
"이 안에서는 움직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게 느리거나 너무 빨라."
(515p)
솔직히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네요. 악착같이 불행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네요. 살아남기 위한 선택 속에 사랑은 사치였을까요.
참혹한 전쟁 이후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야 했던 그 시절에는 분명 생존이 먼저였겠지만 사랑이 떠나간 자리는 공허함만이 남는 것 같아요.
"네가 나를 떠나면, 그래, 그런 대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거야."라고, 어린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네요. 평생 살아도 지워낼 수 없는 사랑이라면 그 지독한 사랑 없이 살아야 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네요. 무엇보다도 해미와 딸들의 관계가 너무나 속상했네요. 소녀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아기 엄마가 되었던 소녀는 좋은 엄마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자신의 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온전히 그 사랑을 전해주진 못했네요. 애초에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뒤이은 사랑은 설익고 말았네요.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불행한 마음까지 감출 수 없었던 그들의 삶을 통해 잊고 있던 시대의 비극이 깊고도 선명한 상처와 아픔으로 다가왔네요. 문득 해미의 어머니 이름이 궁금해지네요. 어쩌면 이 소설은 드라마 조연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 해미의 어머니처럼 그 시절을 살아냈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아픔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마음을 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보세요, 어머니.
우리는 아직도 여기 있어요."
(5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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