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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지음 / 첫눈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이름입니다.
고수리 작가님.
그리고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책 역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숨기고 싶었던 가정사와 친구들과의 추억들, 치열했던 방송작가 시절, 그리고 결혼 스토리까지...... 어느새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마치 그녀가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KBS 인간극장'을 한 편 본 것 같습니다. 제목은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작가'.
저도 어린 시절에 작가를 꿈꿨던 적이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냥 글 쓰는 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키워보기도 전에 스스로 멀어지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글 속에 '나'라는 존재가 고스란히 보인다는 게 갑자기 너무 겁이 나고 싫어졌습니다. 저를 둘러싼 세상이 온통 잿빛 같았던, 아마도 그때가 사춘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되면서 꿈도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꿈 대신 현실을 좇으며 살다보니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나를 위한 책 한 권 내기'를 적었습니다. 그 한 권의 책은 바로 나의 인생 이야기가 될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백발이 될 때까지 멋지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된다고, 나이든 만큼 현명하고 지혜로워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내 삶의 종착역이 어디쯤인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아주 먼 훗날의 일처럼 미뤄놓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나중에 안 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겠구나.
그녀가 평범한 회사원에서 늦깎이 방송작가가 된 것은 더 늦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 하나쯤은 해봐야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막내작가 생활을 시작한 용기와 배짱이 참으로 멋져보입니다. 그녀는 작가 일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말합니다. 방송을 위해 만났던 수많은 주인공들처럼 자신도 '내 인생의 드라마'를 찍는 주인공이었다고, 그토록 원했던 '고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살았다고 말입니다. 지금 그녀는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더 큰 꿈을 향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첫번째 책이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입니다. 서른을 넘긴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
평범한 일상이 점점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그건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드라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란 결국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있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어둠 속이 너무도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218p)
그녀의 이름처럼,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마법의 주문을 걸어주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진정으로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당신이 주인공이니까요." 라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책이 제게는 어둠을 밝혀주는 달빛 같았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고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