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4 안데르센 동화집 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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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안데르센 동화집을 읽었습니다.

동화가 아닌 안데르센의 삶이 느껴졌습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1805년 덴마크의 작은 마을 오덴세,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안데르센의 첫사랑은 친구의 누나 '리보르 보그이트'로 이미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었고, 그다음 사랑했던 여인은 스웨덴의 젊은 여가수 '예니 린드'인데 오랜 짝사랑은 그녀의 거절로 끝이 났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산 안데르센은 70세에 코펜하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름다운 동화들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안데르센이지만 현실에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혼자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슬픕니다.

어릴 때 <인어 공주>를 읽으면서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퍼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왕자를 죽이지 못하고 거품이 되어버린 인어 공주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인어 공주는 안데르센 자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조차도 사랑했던 사람. 어른이 되고나니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어 공주처럼 사랑을 선택할 용기가 내 안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집 4>에는 1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브와 어린 크리스티네>, <바보 한스>, <영광의 가시밭길>, <유대 처녀>, <병목>, <현자의 돌>, <소시지 꼬챙이로 만든 스프>, <후추장이의 나이트캡>, <대단한 일>, <늙은 떡갈나무의 마지막 꿈>,<ABC책>,<늪 임금님의 딸>, <달리기 선수>,<종의 심연>, <나쁜 왕>, <바람이 들려주는 발레마르 도에와 그 딸들 이야기>, <빵을 밟은 아가씨>, <탑지기 올레>, <아네 리스베트>를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여느 어린이 동화와는 다릅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슬프고 허무한 현실이 묻어납니다. 달콤한 맛을 기대하며 초콜릿을 입에 넣었는데 쌉싸름한 맛이 퍼지는 느낌이랄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어떤 걸 가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 정말 이 대사야말로 안데르센의 동화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외롭고 슬퍼도 그 인생을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안데르센은 현실에서 자신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동화를 통해서 아름다운 사랑을 이뤄냈습니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한 줄기 빛처럼,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줍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딸의 손바닥에서 눈부신 불꽃이 빛나는 것을 보았아요.

그 불꽃이 책의 새하얀 책장을 비추었어요.

영원한 삶을 보장하는 말이 쓰인 바로 그 부분을요.

이윽고 눈부시게 밝은 빛 속에 딱 하나의 낱말이 보였어요.

믿음

...... 바로 《진리의 책》속 '믿음'이라는 빛나는 글씨에서 솟아오른 기둥이에요.

...... 믿음이라는 글씨에서는 희망의 다리가 뻗어 나와 영원한 나라의 끝없는 사랑에 가 닿았답니다." (108p)

- <현자의 돌> 중에서

"겨울이 가면 봄이 와. 힘든 날이 가면 좋은 날이 오는 법이라고. 좋은 날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지. 그러니 기다리자." (308p)

- <바람이 들려주는 발레마르 도에와 그 딸들 이야기> 중에서

"섣달 그믐날 밤 종이 열두 시를 알리면 사람들은 식탁에서 일어나 술이 가득 찬 잔으로 건배하며 새해를 축하하지.

술잔을 들고 한 해를 시작하는 거야. 술꾼들한테 아주 흐뭇한 출발이지.

또 어떤 사람은 침대에서 한 해를 시작해. 게으름뱅이한테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이 어디 있겠나.

잠은 일 년 내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물론 술잔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자네는 술잔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아나? "하고 올레가 내게 물었어요.

"건강과 기쁨과 즐거움이라네! 고통과 쓰라린 불행도 들어 있고!

나는 술잔을 비울 때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 수 있다네." (346p)

- <탑지기 올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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