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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하는 소년 ㅣ 콩닥콩닥 7
마가렛 체임벌린 그림, 크레이그 팜랜즈 글 / 책과콩나무 / 2015년 8월
평점 :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랑색.
누가 정해놓은 걸까요?
아기옷은 특히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냥 옷색깔만 봐도 성별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나마 아기 때는 아기의 취향까지 확인할 필요가 없으니 괜찮은데 그 아기가 커가면서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독특하다는 것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지녔다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유별나게 튀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파랑색을 무척 좋아하는데 여자아이옷 중에서 파랑색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결국에는 남자아이옷을 기웃거리게 되네요. 성격도 활발해서 축구처럼 뛰고 움직이는 활동들을 즐겨하네요. 그래서 가끔씩 아들을 키우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뛰어놀 때 불편하다고 치마는 절대 안 입는데다가 얼마나 열심히 뛰어노는지 활동량이 거의 운동선수급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그때문에 문제라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주변의 어른들이 볼 때 '여자애가 얌전해야지 너무 활달한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얘기를 들을 때가 있어요. 어쩌면 그런 주변의 시선들이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네요.
<뜨개질하는 소년>은 뜨개질과 바느질을 좋아하는 라피의 이야기예요. 라피는 저희 아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남자아이예요. 친구들과 뛰고 구르면서 거칠게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쉬는 시간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거나 함께 있어 줄 선생님을 찾아다니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목도리를 뜨고 있는 페르난데스 선생님을 발견하게 돼요. 처음 배운 뜨개질에 푹 빠진 라피는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한테 뜨개질바늘과 털실을 사달라고 하지요. 그때부터 라피는 어딜 가든 손에서 털실을 놓지 않았고 친구들은 뜨개질하는 라피를 여자애 같다고 놀렸어요. 속상한 라피는 엄마에게 물어봐요. "엄마는 내가 ...... 여자애 같아요?"
엄마는 라피에게 답해줘요. "여자애라니? 라피, 좋아하는 게 다른 애들이랑 다를 뿐이지 넌 엄마 아빠의 훌륭한 아들이야. 엄마 아빠는 네가 아주 자랑스럽단다."라고요.
그 뒤에 라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책 속에는 라피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멋진 기회가 생겨요. 라피를 놀렸던 친구들도 라피의 뜨개질과 바느질 솜씨에 감탄하게 되지요. 뜨개질하는 라피는 이상한 남자애가 아니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년이예요. 라피가 뜨개질한 무지개색 목도리처럼 사람마다 가진 재능과 성격은 다양해요. 그런데 한가지 색만을 강요하거나 어떤 색을 나쁘다고 여긴다면 개성을 무시하고 다양성을 외면하는 일이 될 거예요. 라피는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주변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님이 라피를 믿어주고 인정해줬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