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브라이드
윌리엄 골드먼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나, 이렇게 긴 서문은 처음 본다.

<30주년 기념판 서문> 다음에 <25주년 기념판 서문>이 나오는데 거의 단편소설 수준이다. 서문 내용 중에 맨 뒤 부록처럼 실린 <버터컵 아기>를 먼저 읽으라고 해서 순순히 읽었는데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프린세스 브라이드>라는 이야기가 원래는 S.모겐스턴이 쓴 책인데 윌리엄 골드먼이 지루한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고 재미있는 부분만 살려내어 편집했다는 것이다.

길고 긴 서문을 다 읽고 드디어 <프린세스 브라이드> 이야기가 나오는구나,라고 기대했는데 다시 윌리엄 골드먼이 자신이 왜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는데 순간 이 책을 덮을뻔 했다. 도대체 왜, 윌리엄 골드먼은 이토록 뜸을 들이는 걸까. 얼마나 흥미롭고 대단한 이야기이기에 부연설명이 장황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말 <프린세스 브라이드>가 얼마나 유명한 작품인지 모르는 사람으로서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저자 윌리엄 골드먼이 <프린세스 브라이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열 살 무렵 폐렴으로 한 달간 누워지낸 시기에 아버지가 이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셨는데 평상시 책이라고는 전혀 관심없던 소년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책에 푹 빠지게 되어 결국에는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중한 책이라서 자신의 아들이 열 살 되는 날, <프린세스 브라이드>를 생일선물로 주었는데 아들은 이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는 원작 <프린세스 브라이드>는 중간중간 굉장히 지루한 부분이 많고 괄호로 표시된 부연설명이 너무 많아 끝까지 읽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윌리엄 골드먼의 <프린세스 브라이드>가 탄생한 비화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윌리엄 골드먼 자신이 S.모겐스턴의 <프린세스 브라이드>처럼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굳이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넘어갔는데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을 읽고나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이건 반전이 아니라 좀 기가 막히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프린세스 브라이드>는 플로린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그 곳에서, 왕과 백작이 존재하던 시기에 일어난 이야기다. 요즘이야 인터넷 세상이니,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순위 매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 어찌됐건 <프린세스 브라이드>의 여주인공은 버터컵이다. 놀라지 마라. 여자 이름이 '버터컵'이다. 만약 엄지공주처럼 꽃봉오리 속에서 태어났다면 상상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요정의 마법으로 컵 속에서 태어난 아기라면 말이다. 하지만 버터컵은 그냥 평범한 농장을 가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여자아이다. 소녀일 때는 잘 씻지도 않고 말만 타고 다녀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점점 자랄수록 미모가 출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농장의 일꾼 웨슬리 역시 처음에는 별 비중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생긴 청년이 되었고, 버터컵을 사랑하게 된다. 어느날, 백작부인이 웨슬리에게 관심을 보이자 버터컵은 질투심이 생기고 급기야 웨슬리에게 사랑고백을 한다. 그런데 웨슬리는 그 다음날 버터컵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난다.

그 뒤로 어떻게 버터컵이 험퍼딩크 왕자의 청혼을 받게 되는지, 왜 납치를 당하는지 등등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야기 자체가 지루하거나 시시한 건 아니다. 나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처음 느낌처럼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환상동화라면 좀더 기발하고 놀라운 요소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소설이라면 버터컵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을 번역한 분에게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알쏭달쏭 어리둥절 황당한 공주 이야기 한 편을 본 것 같다. 과연 <프린세스 브라이드>가 윌리엄 골드먼처럼 열 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지닌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에게 확인해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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