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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짝을 찾고 싶다 - SBS『짝』PD가 출연자 677명을 통해 본 남자 여자 그리고 인간
남규홍 지음 / 예문사 / 2014년 12월
평점 :
짝짓기 예능프로그램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진심은 보이지 않고 외모나 조건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남자와 여자의 마음이 쇼원도에 진열된 상품처럼 보이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SBS『짝』프로그램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오히려 패러디한 내용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애정촌이라는 곳에 짝을 찾는 남자와 여자가 일주일을 함께 보내면서 이름 대신 남자 1호, 여자 1호라는 식으로 호칭하는 것이 특이하다. 오로지 첫인상만 보고 상대방을 선택해서 함께 밥을 먹는 도시락 데이트가 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다.
올해 이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제주도 특집 방송 편이었는데 촬영 도중 여자출연자가 자신의 숙소에서 자살한 것이다. 굉장히 충격적인 뉴스였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짝짓기 예능프로그램이 만든 비극적 결말로 비춰졌던 것 같다.
<나도 짝을 찾고 싶다>는 SBS『짝』PD가 출연자 677명을 통해 본 남자 여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 일 동안 애정촌을 지켜온 촌장인 『짝』PD 입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급작스럽게 폐지가 되었으니 무척 속상했을 것 같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진솔하게 보여주려고 애쓴 것 같다. 한 번도 제대로 시청한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통해 애정촌이 어떤 곳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방송으로 보이는 모습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각자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중에는 출연 전 면접할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언행을 보이면서 『짝』PD를 당황시키는 출연자도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방송을 상업적인 홍보로 이용하려는 괘씸한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순수한 의도가 훼손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는 인상적인 커플들의 애정촌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꽤 흥미롭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연애 심리가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애정촌에서 오로지 자신의 짝을 찾는 일에 몰두한 사람들에게는 생생한 삶의 현장일 것이다. 누가봐도 호감을 가질만한 이성에게 쏠리는 현상은 애정촌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진짜 짝을 찾을 확률은 별로 높지 않은 것 같다. 애정촌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만 가능한 연애일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출연자들은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희한하게도 연애는 자신의 속마음을 많이 드러낼수록 약자가 되는 것 같다. 단 며칠만에 생긴 호감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을 향한 마음 때문에 힘들다면 그건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솔직한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애정촌을 다녀간 사람들 중에는 진심이 통한 커플도 있었다고 하니 세상 인연이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속에서 『짝』만의 독특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다. 인간의 연애 심리가 아무리 복잡해보여도 결국은 자신에게 꼭 맞는 짝을 만나면 해결될 일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그 짝을 어디에서 찾느냐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