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 Walkslow's Reply
윤선민 지음, 김홍 그림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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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반가움.

자신의 일기를 공개한다는 건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는 뜻.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 한 발짝 내딛는 시간.

이 책은 2008년 발매된 『윅슬로 다이어리』의 개정, 증보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게는 첫 만남이라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 같다.

윅슬로 '윤선민'이라는 사람에게 '당신'의 존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 사람의 '삶'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웍슬로닷컴(walkslow.com)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소개한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는 곳이라고.

15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찾다보니 윅슬로닷컴은 윅슬로의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함께 채워지는 공간이 된 것 같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위 글을 보면서 번뜩 든 생각은 나도 이 곳을 찾게 되겠구나, 라는 것.

요며칠 눈이 많이 왔다. 다들 쌓인 눈 때문에 차가 밀릴까봐, 빙판길이 되어 미끄러질까봐 걱정한다.

그런데 문득 그냥 눈이 와서 즐겁고 신나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눈이 내리는 겨울 풍경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선물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하얀눈이 귀찮고 번거로움으로 변해버렸으니...... 소년에게 눈이 녹는다는 건 따스한 봄이 온다는 의미인 것처럼 내게도 하얀 눈이 한 줄기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 하얀 눈은 서두르지 말라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변했음을 나는 이제 알았다. 뜻대로 안 되는 일 때문에 주저앉고, 예기치 않은 장애물에 넘어지면서 늘 투덜대기만 했는데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겨울은 원래 춥고, 내린 눈은 쌓이는 법. 꽁꽁 얼어버린 겨울을 견디는 방법은 투덜대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내게는 올 한해가 추운 겨울 같았지만 그래도 잘 버텨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줘야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일기를 쓰듯이 내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의 글 속에서 위안을 얻고,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한 권의 책이 천천히 내 마음 안에 들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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