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전기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지음,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 엮음, 이현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을 감히 내게 꼽으라 한다면 "평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을 위협하는 재앙은 "평화의 부재"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뭐 내가 미스 코리아대회에 나온 것도 아닌데, "세계 평화"까지 운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평화가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이 분을 통해 배웠기에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바로 이 분의 전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기에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종교적인 입장이 다르다 해도 "평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내용은 교황의 권위와 업적을 드러내기 보다는 제목 그대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원했던 성직자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평범한 전기와 다른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 두 사람의 시선으로 엮어진 부분이다.

한 사람은 교황님이 임종할 때까지 40년 간, 곁에서 보좌했고 현재는 추기경인 스타니스와프 지비시다. 어쩌면 이 분 만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본명은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윤리학 교수님으로 처음 만났고 그 분에게 사제 서품을 받는다. 그 뒤 스물일곱 살에 카롤 보이티와 대주교의 개인 비서가 된다. 교황의 오랜 순례 여행과 마지막 임종까지 함께 했으니 교황의 일생을 이야기할 적임자다.

또 한 사람은 신문기자로 일했고 50년 간 바티칸을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다. 역시 기자답게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카를 보이티와 대주교가 추기경이 되고 교황으로 선출되어 어떻게 교황직을 수행했는지를 스타니스와프 지비시의 이야기와 함께 교차하며 부연 설명을 해준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이 낯설고 불편했는데 점점 읽다 보니 오히려 교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다. 

 

보수주의자라고요?  전통주의자라고요?

그러한 비난은 폴란드에서 온 교황은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교황이 되신 뒤에도 현대적인 감각을 계속 유지하셨습니다. 논증을 해야 할 때도,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특히 사회적 교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 더욱 그랬습니다.  

                                  -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당시 세계와 역사를 지배했던, 소위 말하는 '진리들'을 조금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교황이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현대의 인간은 불가피하게 모든 영적인 차원에서 벗어난 미래를 맞을 운명이라는 주장이 있다. 또 세속화의 최종 출구는 필연적으로 종교의 실종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우럽이 영원히 둘로 나누어져 있을 것이고, 그래서 바로 그리스도의 믿음 속에서 싹트게 된 통일의 전통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절대 하지 않았다. ......정치적 국제 외교적 카드와 아직도 분열되어 있는 종교계의 카드들을 가리지 않고 뒤섞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던 폴란드에서 역사상 최초의 슬라브 인 교황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교황은 가톨릭이라는 공동의 뿌리 위에 유럽이 정신적 통일을 이루는 일에 몰두했다. 공산권 국가를 비롯하여 전 세계 120개국을 방문한 일은 필연적인 선택이었고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노력이었다. 또한 교황은 스스로를 낮추어 지난 세기에 가톨릭교도들이 저지른 '죄'를 겸허하게 인정했고 종교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무너뜨렸다. 하물며 자신을 향해 총을 쏜 암살자까지 찾아가 용서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연설문은 그 분의 삶 그대로를 느끼게 한다.

"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문을 여십시오. ......"

불의와 불신, 분열과 절망 속에 빠진 세상을 향해 평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2005년 4월 2일 여든 네 살의 나이로 선종하는 순간까지, 세계를 향한 사랑의 실천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 서시며,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