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 리버스 북 시리즈 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지은 옮김, 조상영 그림 / 인간희극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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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시작해서 씁쓸한 웃음이 나다가 마지막은 심오한 의미를 남긴 채 끝맺는다.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은 한 마디로 황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왜 작가가 엉뚱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런 이야기를 꾸몄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인간의 삶을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파격적인 소설이다.

또한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줄거리로 누구나가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가뿐한 책이다. 또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의 글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책 반대편을 뒤집어 펼치면 영어 원문이 실려 있다.

정말이지 소설과 잘 어울리는 기막힌 구성을 갖춘 책이다.

벤자민 버튼은 70대 노인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서 나름의 인생을 살다가 아기로 세상을 마감하는 기이한 삶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벤자민 버튼의 진정한 내면을 무시한 채 겉모습으로 그를 판단한다. 다행히 그의 아버지는 충격적인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벤자민을 아들로서 받아들였다. 그것이 벤자민에게는 첫 번째 행운일 것이다. 그 다음은 아름다운 힐데가르드 몬크리프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 두 번째 행운일 것이다. 그리고 버튼 부부는 아들 로스코를 낳는다. 사랑스런 아들의 탄생은 축하할 일이지만 벤자민에게 행운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진정한 행운이라 부를만한 일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 뽑으라면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난 일이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거부한 벤자민을 순수하게 자신의 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부모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벤자민처럼 황당한 설정이 아니라 불치의 병을 앓는 아이를 상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아이를 포기할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랑의 힘은 부모의 자식 사랑일 것 같다.

반면 남녀 간의 사랑은 불꽃처럼 급격히 타오르지만 언젠가는 서서히 사그라진다. 아름답고 젊은 힐데가르드가 벤자민을 선택한 이유를 보면서 여자의 마음을 엿보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곧 벤자민의 변화와 함께 혼란에 빠진다. 자세한 언급은 없지만 그녀는 끝까지 남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벤자민의 아들 로스코는 어떠한가? 아들은 도저히 아버지를 순수하게 아버지로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들을 탓하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그와 비슷하다. 자식은 결코 부모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치명적인 결함을 벤자민의 아버지 로저는 모두 수용했지만 아들은 벤자민이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잃자 그 존재마저 부정한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한계이며 불행이란 생각이 든다.

벤자민 버튼이 살다간 인생은 묘하게도 외적인 특이함을 보여주지만 실제는 인간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원숙한 노인과 미약한 아기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흐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벤자민은 언제나 벤자민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삶을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올해 미국에서 브래드 피트 주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동명 영화를 개봉한다고 한다. 과연 벤자민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다.

짧지만 강렬함으로 기억될 만한 책이다. 영화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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