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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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도발적인 제목 <불량 의학>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보게 되었다. 이제껏 의학 상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들이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니, 황당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든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은 오히려 불량 의학으로 인해 병들고 있다. 건강에 관한 최근의 연구 혹은 잘못된 의학 상식에 더 이상 속지 말자.

“건강 서적 읽기를 조심하라.

잘못 인쇄된 활자(misprint)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 마크 트웨인 (1835-1910)

의학은 가장 훌륭한 예술(art)이다. 그러나 이 일을 행하는 이들의 무지와, 저들 행위자들을 아무 생각 없이 판단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이제 의술은 모든 예술 중 가장 존중 받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 히포크라테스(BC460-400)

21세기 현대 의학이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맹목적인 믿음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저자의 말처럼 이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약은, 과학이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라는 관념이다. 현대의학의 부작용에 반발하여 등장한 대체의학을 과연 의학적 진보로 볼 것인가, 퇴보로 볼 것인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건강 정보는 어디까지 진실인가?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면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유에 대한 논쟁은 뜨끔한 부분이다. 우유 속에 포함된 과다한 지방과 인공 호르몬들을 고려한다면 대놓고 우유는 몸에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이 부분을 읽기 전 우유 한 잔을 마셨는데 체할 뻔 했다.) 칼슘 섭취를 위해 마시는 우유가 실제로 몸에 좋다고 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싶다면 우유 말고 다른 식품에서 칼슘을 섭취하라는 말이다. 정어리, 멸치, 두부, 브로콜리, 닭 연골, 콩 등등.

그렇다고 당장 내일부터 우유 배달을 중단해야 할까?

사실 담배가 폐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 인구는 존재한다. 간혹 드물긴 해도 장수한 노인 중에 애연가도 있다. 역시 먹거리에 대한 부분은 직격탄(중국 멜라민)이 터지지 않는 한 습관 대로 먹게 되는 것 같다.

그 밖에 건강보조식품을 살펴보면 더 기가 막힌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건강을 위해 한 알의 약으로 충분하다는 생각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싶다.

운동하기는 귀찮고 술, 담배를 끊기는 싫은데 건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강보조식품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허위 광고에 속았다고 분노하기 전에 자신의 게으름과 무지를 탓해야 될 것이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으니까.

하버드 의과대학의 허버트 밴슨이 주도한 연구가 있다. 어느 환자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기도를 할 때 치료 효과가 있느냐는 실험인데 1년 후, 결과는 합병증 발생이 11퍼센트 줄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길 그 정도는 우연이라는 경우의 수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다. 솔직히 예전에 이 실험연구에 감탄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과학적인 논리로 따지자면 허술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종교적 신념을 과학적 수치로 바꾸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마음으로 병을 치료한다고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런 생각을 대중적으로 선동한다면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책의 요점을 짐작할 수 있다.

과학과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정 속에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지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불량 의학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특별한 건강 유지 비법은 없다. 적당한 운동과 균형적인 식사 그리고 긍정적인 생활 태도, 뭐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건강 상식이니까.

*** <불량 의학>을 읽기 전 주의 사항:

건강 정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한 뒤 읽기 바람.

아니면 소화 불량의 우려가 있음.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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