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3년 12월
평점 :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행복일 거예요.
다만 그 행복의 조건이 다를 뿐이죠. 어쩌면 그 조건이라는 단어 자체가 행복의 걸림돌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나는 이럴 때 행복해!'라고 느끼는 건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라,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가 없고 남들에게 자랑할 이유도 없어요.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소문난 인물이 있어요. 바로 타샤 튜더예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녀가 쓴 책이 아니라 아름답게 가꾼 정원 덕분이에요. 숲속 오래된 목조주택에 꽃이 만발한 넓은 정원을 가꾸는 할머니의 모습은 동화 속 세계 그 자체로 보였거든요. 동화책에 그려진 꽃과 나무, 뛰노는 아이들과 귀여운 동물들이 실제로 그녀의 삶 그대로라서 놀라웠어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이 곧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타샤 튜더의 자전적 에세이예요.
개정판으로 심플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 표지로 새롭게 선보이는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 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타샤 튜더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와 함께 사진이 실려 있어요. 사진 촬영을 했던 리처드 브라운은 프롤로그에서 타샤의 집과 헛간 풍경을 보자마자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었다고, 1830년 뉴햄프셔와 버몬트 사이에 있는 마법의 공간 속에 들어선 것 같았다면서 기록되지 않은 것 중에 더 멋진 내용이 많았다고 이야기하네요. 다행스러운 건 풍요롭고 생기 넘치는 타샤 덕분에 멋진 기회가 넘쳐났고, 타샤 튜더의 사계절과 아름다운 세계의 초상을 담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봄을 알리는 매혹적인 수선화을 비롯해 정원에 핀 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정원을 가꾸고, 바느질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 타샤 튜더의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다워요. 타샤 튜더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이곳의 모든 것은 내게 만족감을 안겨줘요. 내 가정, 내 정원, 내 동물들, 날씨, 버몬트주 할 것 없이 모두." (22p)라고 했는데,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행복인 것 같아요. 정원을 가꾸면서 좋은 점은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고,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가 아직도 맞고, 턱걸이도 할 수 있고, 평생 우울하거나 두통을 앓아본 적이 없으며 과일과 채소를 손수 기르기 때문에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거래요. 재미있는 건 타샤에겐 돌담에 사는 길들인 귀여운 뱀 한 마리가 있다는 거예요. 정원에서 뱀을 발견했다면 대부분 기겁했을 텐데 타샤는 어린 뱀이 다친 것을 보고 집에 데려가 애지중지 돌보다가 덩치가 커지자 내보내줬대요. 밤에 책을 읽을 때면 그 녀석이 손을 돌돌 말고 앉아 있는대요. 뱀은 따스함을 좋아해서 손바닥 위에 동그랗게 똬리를 트는데, 그 얼굴을 찬찬히 보면 낙천적으로 생겼다는 거예요. 마음을 열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 (172p) 이 보다 더 확실한 행복이 있을까요. 자연과 함께 사랑하며 살았던 타샤의 삶이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