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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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줄게 2》 는 명소정 작가님의 판타지소설이에요.

동일한 제목으로 이야기를 먹는 괴물이 등장하는 전작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고민 상담부의 다음 활약을 기대했어요.

근데 세월은 혜성이 1학기 내내 상담부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뉴페이스로 알고 있어요. 세월에게 혜성이는 고민 상담부에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 된 신입인데, 상담 일을 신기할 정도로 능숙하게 해서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하나. 암튼 뭔지 이상하다는 감은 오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있어요. 왜냐하면 혜성은 특별한 존재니까, 앗 이건 1권을 본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에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명을 먹는 괴물이에요.

"뛰어내리려고?"

"이 높이에서 떨어져 봤자 바로는 못 죽을 걸. 아플 건 다 아프고 난 뒤에야 죽겠지."

"뭐?"

"며칠 사경을 헤맬거야. 어쩌면 더는 혼자서 뛰어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지." (12p)

아직 창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죽고 싶다는 마음을 읽어내더니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나선 존재가 바로 수명을 먹는 괴물이에요. 괴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겉모습은 인간이니까 그리 놀랄 건 없어요. 안 아프게 죽을 수 있다고,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본인의 존재 자체를 지워줄 수도 있다고 속삭이네요. 단 '죽음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요. 거기엔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를 적고, 그 이유에 동의해 줄 사람의 서명을 받아와야 해요. 일단 수명을 먹는 괴물에게 계약서를 받은 사람은 혼자 몰래 다른 방식으로 죽을 순 없다고, 만약 그런 시도를 한다면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선포하는 거예요. 신기하죠? 솔직히 십대 아이들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슈퍼맨처럼 날아가 목숨을 구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떨어지지 못하게 붙잡아뒀다가 딱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기회를 준다면, 어떤 방법이든간에 자살을 막고 싶다고 말이에요. 얼마 전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자살을 두고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지 말자고, 에둘러 표현한 그 말이 도리어 자살을 부추긴다는 얘길 들었어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때문에 자살이 마치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된다는 거예요. 자살은 반드시 막아야 할 문제이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죠.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든 상태라면 몸이 아파서 응급실을 찾듯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돼요.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읽는 연습이 필요한 거예요. 처음엔 수명을 먹는 괴물도 괴물이니까 꺼림칙하게 여겼는데 자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잠시 멈춰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나쁜데 꼭 나쁘지만은 않은 괴물의 존재,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고민 상담부 2탄, 전혀 다른 사연이었지만 어쩐지 천일야화처럼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는 하나였던 것 같아요. 아이라고 하기엔 훌쩍 커버린,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십대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이젠 다른 의미로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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