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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이 왜 중요할까요. 작년부터 연준은 기준 금리를 단계별로 올렸고, 2023년에도 금리 인상은 계속되고 있어요. 지속적인 금리 인상 예고로 미국 금융시장,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까지 들썩이고 있어요. 그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값 상승을 부추기고,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의 생필품 값을 올리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건 값의 80%를 달러로 치르기 때문에 이미 값이 오른 물건 상당수가 또 오를 거라는 우려를 하게 되는 거예요. 원유가 그렇듯 빚도 대개 달러로 갚아야 해서 달러 값이 오르면 큰 빚을 진 나라들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어요. 스리랑카, 이집트,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 위기에 몰린 나라가 많아요. 우리도 예외는 아니죠.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자이언트 스텝을 예견하며 다음 위기를 경고한 첫 번째 책!" 이라는 문구에 끌렸어요.
《금리의 역습》은 에드워드 챈슬러의 책이에요. 저자는 모두가 저금리에 열광할 때, 곧 찾아올 경제 위기를 예견해 미국과 영국에서 화제를 모았어요. 실제로 저자의 주장대로 신용 거품은 세계 경제 위기로 이어졌고, 마침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자이언트 스텝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금융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숫자만 보면 머리가 아픈 사람이라면 '금리'라는 단어와는 친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 '금리'의 모든 것을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금리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금리 정책이 만든 현재와 미래 경제를 알려주고 있어요. 솔직히 '금리'라는 주제가 이토록 흥미로울 거라는 예상은 전혀 못했어요. 실용적인 지식과 재미를 갖춘 경제서적이네요.
일단 이 책의 원제는 'The Price of Time' 예요. 이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관점은 '이자'를 '돈의 시간 가치' 또는 단순하게 '시간의 가격'으로 보는 것이라고 해요.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인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생명을 만드는 물질이다." (15p)라는 문장이 '이자'의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니, 새삼 놀랍네요. 대출업자는 시간 판매자인 거죠. 시간의 가치가 널리 퍼지면서 이자의 개념이 바뀐 거예요.
역사적으로 이자를 탐욕의 상징이자 도둑질로 보는 부정적 견해가 있었지만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자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돈을 빌려주는 대출자는 채무자에게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하므로 이 시간에는 가치가 있어요. 이자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며 합법적인 동시에 유용하며, 이는 이자를 내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요. 이자율, 즉 금리는 동산 같은 실물 경제 요인뿐 아니라 통화 정책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요인이에요. 따라서 이 책에서는 현대 경제에서 이자가 담당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루고 있어요. 이자는 절제에 대한 보상으로써 저축을 장려하는 수단이고, 레버리지 비용이자 리스크의 대가이며, 금융 시장 규제 상황에서 은행가나 투자자들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도록 해주고, 금리는 외환으로 나라 간에 오가는 자본 흐름의 균형을 맞춰주면서 소득과 부의 분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저자는 자본 배분의 방향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필요하고, 금리가 없다면 투자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미국의 불평등은 1980년대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났고,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이지 머니는 부의 거품을 부풀려 불평등을 악화시켰어요. 불평등의 증가로 경제 성장 전망이 낮아졌고, 경제가 정체되면서 노동자들의 소득도 정체되었어요. 저금리는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저금리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된 거죠. 마이너스 금리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던 경제학자는 자신이 틀렸음을 지금은 알겠죠. 세계화 추세가 역전되고 중국의 노동력 감소로 물가상승은 가속화될 것이고 이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네요.
흥미로운 부분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해석이에요. 캐럴은 소설의 세계에서 시간과 게임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자 장수 매드해터는 티 파티에서 음정에 맞지 않는 노래를 불러 '시간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는데, 이는 시간의 가치를 강조한 거예요. 《실비와 브루노》에서 아웃랜드 교수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장치가 달린 시계를 소유하고 있어요. 캐럴은 시간의 가격이 무로 설정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중앙은행들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면 금융이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