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사피엔스 - 과학으로 맛보는 미식의 역사
가이 크로스비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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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부터 요리를 했을까요. 어떤 주제든지 기원을 찾다 보면 역사를 살펴볼 수밖에 없어요.

인류가 불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14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동굴에서 발견되는 물리적 증거에 따르면 그 불을 사용해 요리한 것은 약 4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하버드대학교 생물인류학 교수인 리처드 랭엄은 『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에서 요리가 인류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인간이 요리를 시작한 시점이 무려 180만~190만 년 전이라고 주장했다는 거예요. 만약 랭엄의 주장이 맞다면 요리는 과학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데, 정작 요리 과학은 가장 과소평가된 분야였던 거죠. 과학적인 요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2000년에 시작되었고, 지금은 요리 과학 시대라고 여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워졌어요. 다만 요리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정보와 가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항상 그 정보가 제대로 된 출처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최근 요리 과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건강한 음식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에요. 식이 관련 만성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다 보니 발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음식과 요리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 거죠.

《푸드 사피엔스》 는 인류 역사 속에서 요리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 가이 크로스비는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영양학과 겸임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요리 과학과 건강을 잇는 중요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 요리 과학자예요. 이 책은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요리의 변천사를 과학과 함께 풀어내고 있어요. 중간에 특별한 레시피를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요리와 예술이 만나고, 요리 예술이 원자 과학을 만나는 과정은 신기하고 흥미로워요. 요리 과학의 역사 속에는 훌륭한 과학자들과 요리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독일의 저명한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1803~1873)는 음식 화학과 요리 과학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에요. 음식에서 당류, 지방, 단백질 등의 성분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양학적 가치를 발견했고, 가난한 사람들과 병약한 사람들을 위한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으로 고기 추출물을 개발한 업적이 있어요. 그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요리학에서 리비히는 한 가지 실수로 더 알려져 있어요. 그는 고기를 물에 넣고 삶으면 재료 표면의 단백질이 응고되어 육즙과 영양분을 가두는 장벽을 형성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고기를 가열할 때 사라지는 수분의 양은 고기의 내부 온도에 정비례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거죠. 리비히는 정제 밀가루로 만든 흰 빵이 통밀가루로 만든 빵에 비해 영양 성분이 부실하다는 사실도 발견할 정도로 대단한 실험가였네요.

요리 과학의 역사를 통해서 요리와 영양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음식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이해할 수 있었네요. 어떻게 식재료를 요리하느냐에 따라 영양소 구성이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따라서 요리 과학을 알면 영양이 보이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네요.



모래 한 알 속에서도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보며

손바닥 안에서 무한을 잡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잡는다.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가 1803년에 썼지만 그로부터 6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발표된 「순수의 전조」의 첫 구절이다.

나는 1973년 BBC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인간 등정의 발자취>에서 제이컵 브로노우스키(1908~1974)가 낭독했을 때 이 시를 처음 접했고 지금까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나는 이 시구가 원자라는 개념과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구조를 더없이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퀘이커교도이자 학교 교사인 존 돌턴(1766~1844)이 정확한 증거에 입각한 현대적인 원자론을 처음 발표한 것은 놀랍게도 블레이크가 이 시를 쓴 2년 후인 1805년이었다. 즉 블레이크는 원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전에 모래알과 들꽃이 무한에 가깝게 작은 분자 구조와 그보다 더 작은 원자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상상해 낸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이 책에 들어 있다.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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