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101 - 시간 주권을 잃어버린 사회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74
김찬휘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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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기본소득인가.

《기본소득 101》은 북저널리즘 일흔네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이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교육홍보위원장이며 기본소득 강연을 100회 이상 진행했고, 녹색당 공동대표로서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적 전환을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은 기본소득이 도대체 뭐기에, 이를 둘러싸고 주요 정치인들이 갑론을박하는 것인지, 기본소득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기본소득'이란 용어는 본질적인 논의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었고, 기본소득이라는 겉 포장만 같을뿐이지 안에 든 내용물은 저마다 달랐어요. 주요 정치인들은 기본소득과 다른 자신만의 소득 보장 정책에 "안심소득","공정소득", "참여소득"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이면서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대안으로 써왔어요.

원래 기본소득은 생태적 전환과 사회적 전환을 위해 오래전부터 구상된 것으로 당장 얼마를 어떻게 주는가하는 정책적 설계보다는 앞으로 우리의 지구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인식의 확산이 중요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요.

2009년 설립되어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을 이끌어 온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정관에 나오는 기본소득의 정의는 다음과 같아요.

"기본소득이라 함은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 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18p)

우리는 기본소득의 본질을 알기도 전에 논란의 중심이 된 하나의 이슈로써 처음 접했기 때문에 많은 오해들이 생긴 것 같아요. 기본소득 얘기를 꺼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그거 사회주의 아닌가요?" (40p)라고 해요. 구사회주의 체제의 배급 제도를 떠올린 것인데, 배급은 물품을 주는 것이고 기본소득은 현금을 주기 때문에 전혀 달라요. 기본소득의 5대 특징 중 하나가 현금 지급인데, 이것은 시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해요. 기본소득은 민영화냐 국유화냐, 사기업이냐 공기업이냐 같은 전통적인 좌·우파 대립의 한 편에 서 있지 않아요. 이 대립을 초월한 완전히 색다른 사고라고 봐야 해요. 유럽의 중도 좌파 사회 민주주의 정당들은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대체로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요. 사회당과 공산당 같은 전통적인 좌파는 여전히 노동윤리에 기초한 완전 고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거예요. 따라서 기본소득은 유럽에서 보통 녹색당과 같은 진보 정당들이 지지하고 있어요.

다들 기본소득을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일하는 사람이 없어질 거라는 걱정을 하는데, 이는 직접 기본소득을 지급했던 알래스카와 이란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기본소득 지급 이후 노동 공급이 줄었다는 증거는 제출된 바 없고, 오히려 파트타임 일을 하는 사람이 증가했다고 해요.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이 개선되고 삶의 의욕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캐나다, 나미비아, 케냐, 바르셀로나, 인도 등에서 일어난 수많은 기본소득 실험에서도 반복적으로 입증된 바 있어요.

얼마 전 서울시가 소득보장 정책실험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소득보장제도이며, 지원집단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3년 동안 안심소득으로 지원받고, 비교집단과 함께 5년간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소득이 0원인 1인 가구는 중위소득 85% (165만 3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인 82반 7000원(월 기준)을 받는 거예요. 보편지원인 기본소득과 대비되는 선별지원인 안심소득 실험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국회입법조사처는 '미래 소득보장제도 비교분석(기본소득과 안심소득)' 보고서에서 "가구 단위로 지급되는 안심소득은 1인 가구일수록 다인 가구에 비해 급여액 산정 시 유리해서, 가족 해체를 유도하거나 편법적 방식으로 가족 구성 형태를 바꾸게 할 수 있다. 가구 분리나 동거 여부를 판단하는데 별도의 행정비용이 들어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하네요. 안심소득의 가장 큰 문제는 중위소득 100퍼센트 미만의 가구에게만 소득 지원을 한다는 점이에요. 중위소득은 상회하지만 평균소득에는 미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거예요. 중위소득 100퍼센트 미만, 즉 인구 절반만을 대상으로 하는 안심소득의 사후적 결과는 매우 나쁜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있어요.

보수파들은 기본소득이 사회주의라면 거부하고, 진보적 복지 국가론자들은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 제도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반대하고 있어요.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똑같은 액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불의하다는 주장은 오해예요. 동일한 지급이 어떻게 정의로운가는 20세기 복지 국가의 구조를 알면 이해할 수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본소득에 씌워진 잘못된 정의를 바로잡고, 오해를 풀어내고 있어요.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시간주권'이에요. 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정도가 줄어들면 노동 시간이 단축되며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어요. 기본소득은 일을 할지 말지, 많이 할지 적게 할지, 어떤 일을 할지를 개인이 결정하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요.

이제는 이념적 색안경을 벗고 본래의 기본소득을 바라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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