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우주 -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창조 신화 22
앤서니 애브니 지음, 이초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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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인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재미있는 건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이 이야꾼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창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태초의 순간은 '이야기'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어요.

《천 개의 우주》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찾아낸 스물두 개의 창조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이 책은 기존에 정립된 창조 신화 접근법과는 반대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풍경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천문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 앤서니 애브니는 이 책에서 전하는 창조 이야기가 순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우주의 역사를 빅뱅이라는 창조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는데, 신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자연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고대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이며 필요 없는 영혼을 집어넣어 유치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나 저자는 신화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요. 창조 이야기에는 빅뱅 서사에서 볼 수 없는 인간의 탐구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거죠.  


"풍경을 단순히 우리 주변에 보이는 산, 개울, 강, 건물, 지평선 등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풍경은 땅과 하늘과 '사람'의 혼합물이다. 대개의 창조 이야기에서는 사람과 장소를 분리할 수 없다.

풍경은 각 부분이 함께 움직이는 분명한 전체로 인식된다."  (149p)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창조 이야기를 살펴보면 최초의 인류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성서이야기로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신과 인간의 관계, 선과 악의 본질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고 있어요. 창조 이야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든, 중요한 건 그 일을 어떻게 해석했느냐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의 상상력이 풍경에서 무엇을 감지했고, 인류 문화에 어떤 서사를 엮어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풍경의 관점에서 산, 물길, 동굴, 섬, 극지방으로 나누어 흥미로운 창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신화라고 하면 과학에서 벗어난 영역이라고만 여겼는데, 창조 서사에서 우주기원론에 대한 현대 과학적 관점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인 창조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창조의 신비를 엿볼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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