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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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는 신종원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기도 하고요.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어요.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과 에세이 그리고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요.

보통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가를 떠올리는 경우는 드문데, 신종원 작가님의 소설은 읽는 내내 생각했어요.

정확하게는 소설가의 세계가 궁금했던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단서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제목부터 낯선 데다가 어떤 설명도 없어서 그 의미를 찾아야 했어요. 


<마그눔 오푸스>는 라틴어 Magnum opus 이며, 중세 유럽의 연금술에서 유래한 단어로 현자의 돌을 만들어내는 공정 또는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그 일 자체를 의미한대요. 

걸작을 의미하는 라틴어라고도 하네요. 할머니가 손주의 태몽을 꾼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꿈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고 있어요. 삶과 죽음의 신비라고 해야 할까요. 제목의 뜻을 알고나니 양계진 씨와 손주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됐어요. 어디까지나 저만의 해석일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삶과 죽음에 관한 옴팔로스(그리스어로 '배꼽')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손자의 유령 같은 손은 양계진 씨가 잃어버린 태양을 주워다 돌려줄 수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가 하얗고 가느다란 그 손가락들은 승강기를 붙잡는 데나 쓸모 있을 따름이다.

승강기가 손자와 양계진 씨 앞에 도착한다. 내부는 비어 있다.

... 양계진 씨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양손을 내려다본다.

한때 무궁한 존재로부터 생명을 훔쳐냈었던 바로 그 손을!  (43p)


<아나톨리아의 눈>은 첫 문장부터 난해한 게임을 예고하고 있어요.

1) 소설가는 실제 보드게임의 공용 장비인 구각뿔 주사위 두 개를 반드시 사용할 것.   (47p)

제목의 의미는 뭘까요. 

'악마의 눈'으로 더 많이 알려진 터키의 부적, 나사르 본주 Nazar Boncugu 는 아나톨리아 Anatolia 지방의 전통 장식품인 푸른 구슬이에요. 나사르는 '눈' 또는 '보다'라는 뜻의 아랍어 단어에서 유래했고 본주는 터키어로 구슬이라는 뜻인데, 악마의 눈이라는 별명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 터키인들에게는 불운을 막아주는 부적이자 행운과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이 깃든 물건이라고 해요.

저자는 소설가를 보드게임의 참가자로 표현했어요. 주사위를 던지면 게임은 시작되고, 보드판에는 열 개의 평면 픽션이 등장하고 있어요. 

​그 가운데 [66]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주인공 나는 어떤 학생의 입시 과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학생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어요. 대화문이나 인용문을 시작할 때 왼쪽 큰따옴표를 열고 오른쪽 큰따옴표로 닫지 않고 대신에 66과 뒤집힌 99를 사용한다는 거예요. 이 부분을 지적하자 과외 학생은 투덜거리면 이렇게 말했어요.

   66하지만 저는 시프트를 누르기조차 귀찮은걸요.99  (57p)

부정확한 언어, 잘못된 문장부호 때문에 글을 쓸 수 없는 걸까요, 잘못된 발성법과 삐긋대는 음정들 때문에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는 것.


<고스트 프리퀀시>는 소설가가 낡은 양옥집, 불란서 주택에 들어가 어둠 속의 소리들을 수집하는 이야기예요.

다음의 문장은 두 번이나 반복하여 적혀 있어요. 소설가는 사라지는 글들이 두려웠던 게 아닐까요. 언젠가 낡은 주택이 허물어지듯이.

시인과 소설가의 고뇌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소설가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든 목소리는 굽이치는 파흔을 남기게 마련이며,

그러므로 글쓰기는 오래전부터 잉크를 빌려 

목소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안티노이즈로 사용되어왔던 것이다. (98-99p) (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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