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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던 자리에
니나 라쿠르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1년 5월
평점 :
니나 라쿠르의 소설 <우리가 있던 자리에 HOLD STILL> 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해요.
한국에서는 작년에 <우린 괜찮아>가 출간되어 이 작품을 먼저 읽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읽고 난 뒤의 여운이 큰 것 같아요.
십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서 결코 가볍지 않아요. 오히려 묵직하게 마음을 후벼파는 날카로움이 있네요.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느낌. 어두움. 공허감." (276p)
인간의 감정은 나이들수록 성숙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고통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으니까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무책임해요. 그 누구도 성숙해지기 위해 아픔을 원한 적은 없으니까요. 고통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겐 다 헛소리일 뿐,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건... 이 부분은 조심스럽네요. 대부분은 자신의 고통을 숨긴 채 살아가기 때문에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조차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극단적인 선택과 남겨진 사람들.
우리 삶에서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비극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 자체가 괴롭고 슬픈데, 그걸 막을 수 없었다는 죄책감과 후회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주인공 케이틀린은 9학년 신입생 시절 1교시 수업에서 처음 보는 여자아이 옆에 앉았는데 그 애가 환한 미소를 지어줬어요.
델라니 선생님의 사진 수업 교실에서도 그 애 옆에 앉았고, 노트를 찢어 뭔가 적더니 케이틀린에게 쪽지를 건넸어요. 그래서 답 쪽지를 썼고, 그 애가 바로 잉그리드예요.
잉그리드와 케이틀린은 절친이 되었고, 델라니 선생님의 사진 수업을 가장 좋아했어요.
눈물이 핑 돈다. 나는 그네를 타고 있다.
처음으로 땡땡이를 쳤던 날 구름이 깨지고 모여드는 하늘로 솟아오른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내 웃음소리도 들린다.
잉그리드, 내가 소리친다. 나, 규칙을 어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잉그리드의 목소리가 말하기를, 그래서 기분이 어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신선한 공기가 나를 깨운다.
완벽해! (227-228p)
서로에게 숨김 없이 마음을 터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잉그리드는 죽기 전 날에도 평소처럼 굴었고 대학도 같이 가자고 했어요.
다음 날 잉그리드를 발견한 건 케이틀린이었어요. 도대체 왜 그랬니, 잉그리드...
잉그리드는 케이틀린의 침대 밑에 자신의 일기장을 숨겨뒀고, 케이틀린은 차마 읽지 못했어요.
겨우 일상으로 돌아온 케이틀린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고통을 마주할 용기를 냈어요. 잉그리드의 일기를 읽는 일.
오늘에게,
난 괜찮은 척하면서 너를 허송세월했구나, 사실은 괜찮지 않은데도.
행복하지 않은데도 행복한 척하면서, 모든 사람 앞에서 모든 걸 연기하면서.
사랑을 담아,
잉그리드 (284p)
잉그리드의 일기장과 사진들을 통해서 케이틀린은 친구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됐어요. 물론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랑은 진심이었어요.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슬픔으로 방황하는 케이틀린은 오로지 자신의 상처만 봤어요.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고, 숱한 상처들을 발견했어요. 세상은 너무나 많은 슬픔이 넘쳐나고, 그 슬픔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일.
만약 나였다고 해도 그것 이외에는 바랄 수 없을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