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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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여덟 가지 주제로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 여덟 가지 주제는 음식, 산, 반려동물, 꽃, 과거시험, 집, 계모임, 한류스타예요.

예나 지금이나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인 것 같아요. 조선 시대 문익 조익은 호남 관찰사 민후의 부탁으로 <용졸당기>를 썼는데, 거기에 '순채국과 농어회로 입맛을 맞추고'라는 문구가 나온대요. 조선 선비들에게 순채국과 농어회는 어떤 의미이길래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순채국과 농어회는 '순갱노회'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순로'라고도 한대요.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언급된 것은 진나라 장한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대요. 장한이 재상으로 있을 때 나라의 정치가 어지러워 벼슬에서 물러날 기회만 엿보다가 정세를 살펴보니 곧 난리가 날 것 같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고 있었대요. 마침 가을이 되어 농어회와 순채를 핑계 삼아 고향으로 갔고, 그 덕부에 장한은 목숨을 건졌다고 하네요. 조선 중기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장유는 벼슬살이가 힘겨울 때나, 고향을 그리워할 때에 순채국과 농어회를 자주 인용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순채국과 농어회는 음식 자체의 의미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선비들은 음식에 대한 미적 기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품평하거나 찾아다니는 것에 대한 기록은 흔하지 않다고 하네요. 식욕을 절제하는 선비의 정신을 보니 오늘날 먹방 프로그램과 맛집 투어로 넘쳐나는 식욕들이 지나친 탐욕처럼 느껴지네요. 

선비의 삶에서 꽃은 좀 의외의 주제라서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랑한 꽃은 무엇일까요.

1474년 강희안은 꽃 키우는 방법을 다룬 조선 최초의 전문 화훼서 『양화소록』에서 매우 인상적인 문구를 남겼네요. 선비가 꽃을 키우는 이유에 대한 서술로, 꽃이란 마음 속에 품은 뜻을 키우고 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니, 운치와 절조 없는 것은 감상할 필요조차 없기에 아무 꽃이나 키울 수 없으며, 이는 비루한 사람과 한 방에 있는 것처럼 피해야 할 일라고 적었대요. 강희안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같은 작은 것이라도 이치를 탐구하여 근원으로 들어가면 지식이 미치므로, 결국 꽃을 키우고 감상하는 이유는 성리학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대요. 꽃을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사랑하면 될 것을, 선비들은 참으로 복잡한 사색을 하였네요. 

조선시대 선비가 가장 사랑한 꽃 1위는 매화라고 해요. 2위는 아마도 국화일 거라고요. 추위에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매화와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나는 도도한 오상고절 국화는 선비 정신의 아이콘이었던 거죠.

선비가 머무는 곳으로 책에 소개된 계일정은 경기도 용인 모현동에 가면 연안 이씨의 종가 옆에 있다고 해요. 옮겨 놓은 것으로 사실 연못을 새로 파고 정자를 다시 지은 것이라는데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공간인 것 같아요. 사람은 자고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한옥은 멋스러움의 결정체인 것 같아요. 언젠가 가능하다면 한옥 스타일로 집을 건축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구석구석 되짚어보니 나름의 풍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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