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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도구의 세계 -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
이용재 지음, 정이용 그림 / 반비 / 2020년 3월
평점 :
빰빰빠~
과거에 큰 인기를 누리던 미국 드라마《맥가이버》의 시그널 음악이 떠오르네요.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 맥가이버는 항상 위기의 순간마다 주머니 속에 만능칼로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자였죠.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만능칼 하나만 있으면 나도 맥가이버가 될 수 있는 줄 알았더랬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만능칼이 생겼다고 맥가이버가 될 수는 없었어도 만능칼을 비롯한 다양한 도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분야를 막론하고 도구의 세계는 매력적이에요.
<조리 도구의 세계>는 저자의 15년간 노하우가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전공을 건축에서 요리로 바꾸면서 수많은 조리 도구를 섭렵했다고 해요. 직접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각종 조리 도구 리뷰와 관련 서적을 통해 이론까지 습득했대요.
이 책은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하여 콤팩트한 조리 도구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에요.
"이럴 때는 이런 도구가 좋아요."라는 실질적인 조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평소에 사용하던 조리 도구뿐 아니라 새로운 조리 도구에 대해서 효율적인 사용법과 관리법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조리 도구에 관한 자료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거예요. 만화가의 전문적인 삽화 덕분에 조리 도구의 세계가 훨씬 친밀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우선 조리 도구의 세계에서 가장 첫 번째로 소개한 도구는 바로 '손'이에요.
"모든 조리의 출발점은 손이고,
기본 조리 도구는 손의 연장(extension)으로서 존재한다." (13p)
본격적인 조리 도구에 대한 설명 전에 '손'을 언급한 점이 놀라웠어요. 모든 도구의 세계가 그렇듯이, 개념적으로 도구는 손의 연장으로 본다는 것.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도구는 크게 손을 위해 두 가지의 역할을 맡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그건 안전과 효율이에요.
조리 도구의 핵심은 손,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두려움을 극복하여 손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어야 요리의 수준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거예요.
처음 조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도구의 원리와 쓸모를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저자와 같이 전문가의 길을 가게 되는 극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라도 요리의 첫걸음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어요. 손과 손의 연장으로 시작해서 계량과 측정 도구, 자르기와 썰기 도구, 다루기 도구, 섞기/ 갈기/ 혼합하기 도구, 거르기 / 분리하기 도구, 보관을 위한 도구, 익히는 각종 도구, 세척 및 정리 도구까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그 중 웍(Wok)은 정통 소재인 탄소강을 고르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해요. 웍 길들이는 요령은 철 수세미와 세제로 웍의 안팎을 말끔히 닦아 보호막을 벗겨내고 말린 후 중불에 올려 달구고 식용유 2큰술을 두르고 쪽파 한 줄기와 생강 한 줌을 썰어 웍의 안쪽 면 전체에 고루 움직여가며 20~30분 볶으면 돼요. 볶은 채소를 버리고 웍을 뜨거운 물에 씻어 물기를 말끔히 걷어낸 뒤 중간 약한 불에 다시 올려 깨끗히 말리면 돼요. 은색의 탄소강이 처음 길을 들이면 짙은 갈색으로, 거듭해 쓸수록 검은색으로 변한대요.
사실 집에 있는 조리 도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조리 도구의 세계>를 읽고 나니 새로 구입할 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조리 도구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