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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 삶이라는 여행에서 나를 지켜주는 지혜의 말
재연 옮김 / 꼼지락 / 2019년 11월
평점 :
말리꽃...
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단순한 사람, 나는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어느 날, 만약 말리꽃 향기를 맡았다면 그 향기나는 곳으로 발길이 갔을 겁니다.
예전에는 동네 골목을 걷다보면 집집마다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우리집은 라일락 나무, 연보라색 꽃을 피웠던...
아름다운 시는 꽃 향기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마음이 끌립니다.
이 책은 재연 스님이 수바시따를 한데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산스크리트어 '수바시따(Subhasita)'는 '바샤테(Bhasate , 말하다)'의 과거분사 '바시타(Bhasita)'에 '수(Su , 좋은)'를 붙인 합성어로 멋지게 잘 쓰여진 격언과 시를 가리킵니다. 즉 수바시따는 고대 인도 문학의 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바시따에 대해 한 시인이 이르기를.
이세상에 세 가지 보배가 있으니
물과 밥 그리고 수바시따 (9p)
재연 스님이 뽑은 걸작,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이별의 축복
누군가 말했지
헤어져 있을 때 더 많은 축복이 있다고
함께 있을 때 내 님 오직 하나더니
헤어진 지금 온 세상 님으로 가득하네 (38p)
나의 마음에 콕 박힌 시 한 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대로 된 시
다른 사람의 심장을 뚫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는
시나 화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66p)
그리하여 시는, 제대로 된 시 한 편은 누군가의 심장을 뚫고 고개를 끄덕이게 할 것입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심장이 덜컹덜컹 흔들리는 그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베푸는 삶은 갸륵하다.
세상 역경에도 함께 할 사람 한 명만 있다면.
산다는 건 끝없이 걸어가는 것.
낮은 것들에 마음이 갈 때.
단 몇 줄의 시가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위대하다는 건 바로 그 힘이 다다르는 모든 것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바시따는 아주 오래전, 머나먼 인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문장이라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예나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더라.
사람 마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지, 세상이 사람 마음을 바꾸지는 못하더라.
베풂
행운이 왔을 때 베풀라
신이 또 채워줄 것이니
행운이 시들 때 역시 베풀라
어차피 죄다 없어질 것이니
지금 가진 그만큼으로
왜 기꺼이 나누려 하지 않는가
어느 세월에 베풀고 남을 만큼
가질 날이 올 것인가 (129p)